다수결보다는 합의..대안 제시 가능한 공공자문기구로

2017. 8. 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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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기획
공론화, 성공의 로드맵을 짜자 ④한국형 공론화 모델 만들자

[한겨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위촉장 받고 공식 출범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위원장 1명과 위원 8명으로 구성됐다. 첫 회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김지형 위원장.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 공사의 백지화 여부를 다루는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공론화위)가 출범 한달을 앞두고 있다.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공론조사’의 뼈대를 세워온 지난 한달은 공론화위의 ‘권한’부터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논란으로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첨예한 사회적 논쟁을 ‘공론화’로 풀어보려는 실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가 ‘한국형 공론화 모델’에 대한 좌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달 24일 출범한 공론화위는 한달가량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활동기간을 3개월로 정한 공론화위는 출범과 동시에 매주 목요일 진행한 정례회의를 포함해 모두 5차례의 회의를 열고, 비공개 간담회도 수시로 연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현재까지 공론조사 절차(2만명 대상 1차 여론조사→시민참여단 500명 구성→숙의 과정→최종조사)가 정해졌으며, 25일부터 1차 여론조사를 시작해 10월 20일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등 구체적인 시간표도 나왔다. 앞으로는 숙의 과정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하고 진행하느냐에 공론화위의 성패가 달렸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할 자료집과 동영상을 개발 중이다. 권역별 전문가 순회 토론회, 2박3일 합숙 등 숙의 프로그램 설계도 마무리 단계다.

공론화위 한달…권한·책임 놓고 혼선
OX식? 다지선다식? 권고방식도 미정
‘공론화 방식 반대’ 당사자 설득도 과제
“설문 대신 공공토론으로 대안 논의,
조사와 토론 과정 단수명료화해야”

현재까지 공론화위 활동에서 가장 큰 논란은 ‘권한’과 ‘책임’을 둘러싼 혼선이었다. 지난달 27일 2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론화위 대변인단은 “위원회가 공사 백지화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권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혼란을 부추겼다. 애초 정부가 밝힌 “공론화위가 구성한 시민참여단이 내리는 결정을 그대로 정책에 수용하겠다”는 말과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공론화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논란은 공론화위가 3일 “공론조사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정부에 ‘권고’하는 자문기구”라고 명확히 밝히면서 일단락 됐다. 물론 공론화위가 정부에 낼 권고안에 공사 중단 혹은 재개 여부가 양자택일식으로 담길지, 제3의 대안이 포함되는 다지선다식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공론화 절차를 거부하는 이해 당사자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은 지역주민, 핵발전계 교수와 함께 서울중앙지법에 공론화위 활동 중지 가처분 신청서와 공론화위 구성 취소, 국무총리 훈령에 대한 취소·효력정지 신청을 낸 상태다. 핵발전소 공사 백지화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이들을 공론화 과정으로 이끌어내 시민참여단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거나 공사 중단 찬성 단체와 토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학습’을 계기로 갈등의 해결 방안으로 쓸 수 있는 ‘한국형 공론화 모델’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공론조사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합리적인 결정을 얻어낼 수 있다면, 앞으로 유사한 많은 갈등 사안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중요한 모델로 삼아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첨예한 갈등을 줄이려면 다수결보다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가 사용하려는 공론조사 방식과 프랑스 국가공론위원회가 시도해온 ‘공공토론’을 절충한 ‘공공자문방식’을 제안한다. 은 위원은 “공론조사에서도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치지만 설문 문항 중심의 찬반 토론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공토론은 대안 모색을 위한 협의로 토론의 성격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의 자율성과 상상력은 극대화되고, 합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린’ 결론이 또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갈등과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론조사를 통한 시민참여단의 결론 도출과정이 단순 명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석의 여지가 적어야 다른 이들도 승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거 해외의 공론화 사례를 보면, 대부분 권고문 형태로 정부에 제출됐고, 정부의 결단에 따라 수용 여부가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의 공론조사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정부가 수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지원 기자,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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