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대어급' 수주전서 중국에 패배..1위 자리 내주나

이소아 2017. 8. 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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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9척, 1조6000억원대
프랑스 선사, 중국 조선사 2곳과 선택
초대형-고부가가치 선박경쟁 밀리나

한국 조선업계가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컨테이너선 일감을 중국에 빼앗겼다. 조선·해운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가운데 오랜만에 찾아온 초대형 선박 주문이었다는 점, 저가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선박이었다는 점에서 ‘뼈아픈 패배’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와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해운사인 CMA-CGM은 최근 중국 조선소 두 곳과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발주한 선박은 2만2000 TEU(1 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이다. 한 척당 선박 가격은 최대 1억6000만 달러(약 1826억원)로, 9척의 수주 총액은 약 1조6438억원에 달한다.
중국 해운사 코스코가 운영하는 컨테이너선. [중앙포토]
특히 이 배들은 기존 저가 연료인 벙커C유와 친환경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연료(dual-fuel) 시스템을 갖춘 고부가가치 선박이어서 이번 패배가 더욱 씁쓸하다는 평가다. 이중연료 옵션이 있는 선박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 산하의 조선사 후동중화조선이 5척을, 역시 CSSC 소속인 상하이와이가오차오조선(上海外高橋造船)이 4척을 건조하게 된다.

이번 수주전은 역대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컨테이너선 중 가장 큰 규모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5월 건조한 2만1413 TEU급이었다. 수주전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 ‘빅3’가 모두 참여했다.

국내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 선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용화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본부 상무도 지난 1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과거(2015년)에 CMA-CGM과 단독으로 협상해 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경험이 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수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국 예상을 깨고 중국 조선사들이 한국을 제쳤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승부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국내 빅3 업체들의 경우 이중연료 시스템을 장착하면 1년 전 기준으로 선박 가격이 1억7500만 달러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간만에 재개되는 대형급 수주라 중국에 진 것이 아쉽지만 아무리 급해도 그렇게 낮은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세계 시장에서도 ‘정부의 금융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왜곡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술력면에서 중국의 조선 산업이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조선 산업의 경쟁력이 길어야 2~3년 안에 중국 기업들에게 따라잡힐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영국의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조선사들은 모두 28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일감을 따내 중국(290만CGT)에 뒤진 2위를 기록했다. 이번에 1조6000억원이 넘는 일감을 중국에 빼앗기면서 중국과 수주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업연구원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업계는 2025년에 세계시장 점유율 33.5%를 목표로 하지만 이는 2015년 36.2%보다 낮은 수치”라며 “친환경·스마트 선박의 건조를 주도해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거점화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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