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뭐길래..삼성·LG·SK, 고작 80억짜리 입찰 따내려 조바심 왜?

김도년 2017. 8.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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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내달 공인인증서 대체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 입찰 계약
대기업 SI 업체들 '눈독'.."은행은 시작에 불과..폭풍 성장하는 시장, 주도권 잡아야"

시중은행들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새로운 결제 인증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도입키로 하면서 삼성SDS와 LG CNS·SK㈜ C&C 등 주요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의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 인터넷뱅킹에서 블록체인 방식의 인증서가 도입되면 은행 사이트마다 공인인증서를 등록하고, 온갖 보안 프로그램을 중복해서 깔아야 했던 절차는 사라진다. 대신 지문이나 패턴·비밀번호 중 편한 방식을 골라 본인 확인을 한 뒤 송금·계좌 개설 등 원하는 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은행들은 내년 4월부터 이런 블록체인 시스템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자료 : 은행연합회
블록체인 인증서의 사업규모는 80억원대로 작은 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전체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축한 곳이 앞으로 금융권 블록체인 시장의 표준을 주도할 수 있어 업체마다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임영빈 전국은행연합회 IT부 부부장은 "지난 10일 SI업체들을 모아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 입찰 계획을 설명했고 다음달 중 조건에 맞는 업체와 계약할 것"이라며 "은행권부터 블록체인 시스템이 도입되면 지금의 '범용 공인인증서'처럼 증권·보험·신용카드업계로도 블록체인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도입하려는 블록체인은 고객의 금융거래 기록을 별도 중개기관인 금융결제원에 보관하지 않고 개별 은행끼리 실시간 대조하며 갱신하는 디지털 장부 기술이다. 가령 기존에는 고객이 은행에 '예금 계좌에 있는 100만원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하면, 은행은 금융결제원에 보관된 거래 장부를 뒤져 고객의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 때 고객이 입력하는 공인인증서의 비밀번호는 거래 장부가 보관된 금고를 여는 열쇠 구실을 한다. 반면 블록체인 방식은 고객의 거래 장부를 금융결제원에 두지 않고 은행들이 서로 공유한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서로가 가진 장부를 대조하면서 최신 거래 내역으로 갱신하는 것이다. 친구의 전화번호가 바뀌면 전화번호부를 찾아 바뀐 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기존 공인인증서 방식이었다면, 블록체인 방식은 친구의 바뀐 번호를 다른 친구들끼리 공유하면서 전화번호를 업데이트하는 식이다. 민경동 SK㈜ C&C 팀장은 "기존 방식은 보관된 거래 정보가 해커 손에 넘어가면 무용지물이 되므로 보안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반면, 블록체인 방식은 한 사람의 거래 내역을 해킹하려면 거래 내역을 공유하는 모든 사람의 내역까지 모두 해킹해야 하기 때문에 해킹 위험이 매우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최근 2년 동안 물류와 제조업 등에 적용해 온 자체 개발 블록체인 기술로 어필할 계획이다. LG CNS는 지난 5월말 세계 최대 금융 특화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SK㈜ C&C는 우리·하나·산업은행 등 은행권의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한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블록체인 사업에 1년 이상 종사 중일 것, 3년 이내에 금융권·공공기관·은행연합회 등에 50억원 이상의 시스템 구축 사례가 있는 업체 등으로 자격 조건을 내걸었다. 자격 문턱이 높아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이란 논란도 나오지만, 블록체인 시스템 적용 첫 단계인 만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신뢰성을 인정받게 되면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이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거래 등 각종 계약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블록체인=금융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니라 거래 참가자의 개별 컴퓨터에 저장하고, 이를 모든 참가자끼리 공유하는 형태의 디지털 거래 장부다. 애초에는 비트코인 등 개인 간(P2P)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탄생한 기술이지만 보안성이 강해 기존 금융회사들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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