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물고기, 온난화를 견딜 수 있을까
올해 1월,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피가 하얀 물고기인 '남극빙어'를 잡은 뒤 국내 실험실로 가져와 유전체 연구를 하고 있다. 데브리스 교수는 지난 5월 극지연구소 방문시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남극빙어와 관련된 기사를 읽고 큰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쓴 기고를 매경에 보내왔다. 그는 "한국 독자들에게 남극 물고기의 중요성과 향후 연구가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큰머리 남극 암치아목. 이 특별한 그룹의 어류는 일년 중 대부분을 해수온이 빙점(영하 1.9도)에 이르는 남극해에 서식한다. 남극 암치아목에는 대략 120여종의 물고기가 있으며 남극해 전체 어류 생물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이들은 차가운 남극해에 생존하기 위해 특별한 진화를 이어왔다. 먼저 '부레'가 없다. 다른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기 위해 남극 암치아목은 뼈의 미네랄 함량을 줄여 가벼워지는 길을 택했다. 산소가 풍부한 차가운 물에 살다보니 헤모글로빈도 필요없다. 적혈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투명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극 빙어다.
남극 암치아목 중 까다로운 종이 바로 '큰머리 남극암치'다. 많은 남극 암치아목 종의 물고기들이 연약한 뼈대를 갖고 있어 포획시 생존이 어려운 반면 큰머리 남극암치는 온 몸이 비늘로 덮여있어 튼튼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이 개체들은 상당히 강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냉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6도 이상의 수온에 1주일 이상 머무르면 하나둘 목숨을 잃는다.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큰머리 남극암치 50여마리를 잡은 뒤 아라온호를 이용해 무사히 한국에 있는 실험실까지 옮기는데 성공했다. 특히 1kg 이상 되는 큰 남극 어류를 북반구에 있는 실험실로 옮긴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극지연구소가 설계한 냉장실 수조 덕분에 가능했다.
극지연구소가 향후 이 물고기로 연구하려는 주제는 상당히 중요하다. 지구 온난화 시대에 남극의 차가운 바닷물에서 사는 어류의 생존 가능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이 어류들은 수천만년 동안 지속적으로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어 온 만큼 따듯한 물에 대한 적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남극의 수온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남극 어류 생물량의 90%를 차지하는 물고기의 생존 능력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인 6도 이상의 해수에 노출될 때 이들이 살아남지 못한다면 남극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큰머리 남극암치를 1시간 정도 10도의 따듯한 물에 노출시킨 뒤 꼬리의 혈액에서 RNA를 분리해 내 조사할 수 있다. RNA가 온도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꾸로 살아남는다면 AFP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또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큰머리 남극암치의 부화, 산란 과정 등도 파악해 낼 수 있다. 이같은 연구는 어류 서식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냉각시스템을 구비한 극지연구소에서만 가능하다. 이들의 연구는 향후 남극 어류 생물학자 뿐 아니라 많은 분야의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데 일조할 것이다.
[아서 데브리스 일리노이대 교수 / 원호섭 기자 정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삼성페이 출시 2년만에 국내 누적결제 10조 돌파
- 현대重, 1조6000억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서 중국에 패배
- 벤처기업협회, 제17회 벤처썸머포럼 개최
- 백화점 매장에 들어선 골프장
- 신세계百, 미래 캐는 청년농부 돕는다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 짚어보니 [COVER STORY]
- “‘음악’으로 맺어진 ♥”…윤보미·라도, 8년째 열애 ‘인정’(종합)[MK★이슈]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