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이 말하는 김영란법 "원래는 사익추구방지법"

곽희양 기자 2017. 8. 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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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부정부패 청산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김영란법’.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죠. 이 법이 다음 달 시행 1년을 맞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또 이 법의 어떤 조항을 유지해야 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법 원안자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최근 출간된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도서출판 풀빛)에서 일부 내용을 골라 소개합니다.
김영란 교수. 풀빛출판사 제공/사진 노승환

청탁금지법, 왜 만들었나

“저도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까운 친구가 부탁하면 면전에서 안 된다고 못했고, 선배가 부탁해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아니라는 말을 명확하게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지요. 우리는 오히려 윗사람에게 노(No) 하면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배우잖아요. 그러나 적어도 공직자라면,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이 법이 그런 훈련을 시키는 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정한 청탁을 개인의 능력으로 막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시스템으로 막자, 그런 생각으로 이 법을 만들게 됐지요.”

농수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

“한우나 굴비라고 해도 100만 원이 넘지 않으면 직무와 관련이 없이 받는 것은 아무런 제한이 없어요. 지금도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한우나 굴비를 선물할 수 있는데 이를 더 완화한다는 것은 직무 관련자에게도 한우나 굴비를 선물할 수 있게 하자는 말이 되는 거지요.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한우나 굴비는 직무 관련성이 있어도 금액 제한 없이 선물해도 된다고 하면 한우나 굴비를 선물하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선물하지 못하는 사람은 찍히게 되거나 찍힐지 모른다고 염려하게 될 거고, 직무의 염결성이나 공직에 대한 신뢰는 물 건너가 버리는 거지요.”

김영란 교수/경향신문 자료사진

입법과정서 빠진 ‘이해충돌방지 조항’

“김영란법 원안에서 빠진 이해충돌방지조항, 공무원들의 가족들이 부당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자면 ‘금수저 방지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령) 외교부장관이 자기 딸이 정말 천재적인 외국어 능력자여서 특채를 했다 합시다. 그래서 특채를 했는데 뭐가 문제냐, 외교부장관의 딸은 한국에서 외국어 능력을 팔아서 살 방법이 없는 거냐 하고 물어 온다 쳐요. 그러면 저로서는 공정성을 의심받는 게 문제니까 공개경쟁으로 뽑으라는 것이지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서 삼성이 YES라고 한 까닭

“삼성 같은 글로벌한 대기업이면, 대통령이 뭐라 해도 No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긴 하지요? 그런데도 삼성은 Yes 하면 얻을 게 더 많았기 때문에 말을 안 했다고 볼 수 있지요. 그게 이 사건에서 삼성이 빠져나오기 어려운 굴레지요. 삼성은 글로벌한 기업이고 주주들 중 글로벌한 투자자들도 많잖아요? 그렇다면 그냥 정부가 불러서 가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고 이런 걸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삼성 정도에는 갖춰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왜 삼성이 문제가 되나 생각해 보면, 자기들이 얻을 게 있으니 No 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삼성에 분개하는 거고요.”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저는 경찰조직을 방대하게 놔둔 채 수사권을 전적으로 주는 게 불안하다면 차라리 기소권을 갖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자고 하는 거죠. 그리고 기소권은 검찰청의 권한이에요? 검사의 권한이에요? 헌법에 따라 검사가 가진 권한이죠. 게다가 검사들은 모두 한 몸이라는 검사동일체원칙도 검찰청법에서 삭제됐어요. 그러니까 공수처를 검사로 채우라는 거예요. 공수처의 검사가 기소하라는 거죠. 이게 어떻게 헌법 위반이에요. 우리 헌법이 굳이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에게만 기소권을 준 게 아니거든요.”

/풀빛출판사 제공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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