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창업자가 말하는 비트코인2.0

손경호 기자 2017. 8. 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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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2.0 논의 중심에 있는 비탈릭 부테린 인터뷰

(지디넷코리아=손경호 기자)비트코인 시스템이 가진 잠재력을 결제에만 머물러 있게 할 것이 아니라 이메일, 모바일메신저, 도메인네임시스템(DNS)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비트코인2.0' 혹은 '크립토커런시2.0(암호화화폐2.0)'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2.0 논의의 중심에 서 있는 '이더리움'의 공동창업자이자 비트코인매거진 창업자, 해커이기도 한 비탈릭 부테린(20)이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인사이드 비트코인 컨퍼런스' 참석차 처음으로 방한했다.

그의 이름은 생소하나 매년 가장 혁신적인 기술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는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World Technology Awards)' IT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올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제치고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게가 실린다.

11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부테린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이 일종의 금융거래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비트코인 거래장부) 역할만 하고 있다면 이더리움 프로젝트는 블록체인을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보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운을 뗐다.

이더리움 프로젝트 공동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은 전 세계 사용자가 비트코인으로 거래한 모든 내역을 기록한 일종의 거래장부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어떤 사람이 거래했는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지만 대신 언제 어떤 가상계좌로 비트코인이 전송됐는지 이력을 누구나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일반 사용자들이 비트토렌트와 같은 P2P 서비스처럼 분산 네트워크에 일정한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는 대신 빠르고, 안전하게 시스템을 구동하고 있다.

부테린과 동료 개발자들은 비트코인에서 블록체인 기술만 따로 분리해 분산 네트워크 환경에서 쓸 수 있는 일종의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했다.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더'라는 연료개념을 도입했다. 이더에 각종 정보를 얹어 이더리움 플랫폼 안에서 주고 받는 형태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과 유사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더리움 플랫폼은 이더라는 일종의 연료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한다. 예를 들어 이더는 이더리움 플랫폼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이 시스템에 추가하고 싶을 때 사용료 역할을 한다. 1비트코인(BTC)은 약 2천 이더(ETH)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오픈소스 API 형태로 공개되기 때문에 어떤 개발자라도 이더리움 전용 블록체인을 응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역할을 하는 트위스터, 이메일 기능을 가진 비트메시지, DNS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임코인 등이 아이디어로 제시됐다.

부테린은 최근에는 분산화된 네트워크로 구성된 블록체인이 일종의 서버 역할을 하는 웹브라우저인 '미스트', 메시지 전송 프로그램인 '위스퍼' 등도 새롭게 개발 중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실제로 일반 사용자들이 쓸 수 있을 정도로 구현이 됐을까. 부테린은 "아직은 더 검증이 필요하다"며 "비트메시지와 네임코인을 합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에 적용된 블록체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주인없는 인터넷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시도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하는 이메일 서비스인 비트메시지는 어떻게 정보가 흘러가는지 이력은 알 수 있지만 제로 누가 보내고 받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신원을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누군가 송신자를 도용해 이메일을 보내더라도 이력만 알 수 있을 뿐 송신자를 사칭했는지 여부는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메인 서비스를 활용해 최소한 어떤 IP에서 보냈는지까지는 알 수 있도록 두 가지 서비스를 접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부테린과 동료들이 이더리움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분산화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에 몇 개 글로벌 IT회사, 이동통신사 등에 좌우되는 인터넷 생태계를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업계에서 일부 회사들이 모든 플랫폼을 쥐고 있다는 점에 반대해서 나온 개념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처럼 인터넷 생태계를 태초 의도대로 누구도 주인이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더리움이 구현하려는 블록체인이 비트코인과 다른 점은 여러 개로 쪼개진 작은 블록체인들이 있고, 이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모든 거래 내역이 담긴 장부(블록체인)에 기록하기까지 약 10분이 걸리던 것을 이더리움에서는 10초 수준으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단순거래기록에 불과하지만 이를 합쳤을 때 약 500기가바이트(GB)가 넘어서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은 이러한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처리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여러 개로 쪼개 서로 연결시키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하면 블록체인 일부만으로도 이더리움을 통한 정보 송수신이 가능해진다. 스마트폰에서는 최소 용량의 블록체인만으로도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 보다도 생소한 이더리움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펀딩 중 두번째로 가장 큰 투자금을 모았다는 점이다.

부테린은 "3만 비트코인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펀딩을 받았다"며 "그만큼 이더리움을 통해 다른 형태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더리움은 40명의 개발자들로 구성됐으며, 펀딩을 통해 받은 자금으로 개발비를 지급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비영리 프로젝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오픈소스플랫폼 개발자들과 비슷한 형태를 띈다. 단,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본인이 원할 경우 이더로 최대 임금의 20%까지 지불하고 있다.

최근 이더리움에 대한 아이디어를 IBM이 일부 차용해 사물인터넷(IoT)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어뎁트(Adept)'라는 기술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경우 IBM이 연구소 수준에서 진행된 것이라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IT회사들이 이더리움의 또 다른 경쟁자가 될 수도 있냐는 질문에 그는 "실제로 IBM이나 다른 글로벌 회사들과 교류를 했던 것은 맞지만 이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아직까지는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서도 IBM 등 글로벌 회사들을 만났었지만 이들 기업들은 작은 프로젝트 형태(small side project)로 가능성을 보는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어떤 관계일까. 부테린은 "이 역시도 보기에 따라 다르다"며 "비트코인은 기존처럼 금이나 실물화폐를 대체하는 좋은 툴로 사용될 것이고, 이더리움은 대신 비트코인이 할 수 없는 기능에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손경호 기자(sontec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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