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선점 경쟁하는 'AI병기'..전쟁에 핵무기급 변화 다가온다

이기준 2017. 8.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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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장관, 실리콘밸리 찾아 "AI 군에 적극 도입" 강조
하버드대 "AI병기 발전시 핵무기, 항공기만큼 전쟁 판도 변화"
중국은 2030년까지 AI 최강대국 목표..민간기술 군과 융합
재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군사기술 경쟁이 인공지능(AI)으로 확산되면서 미국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래 전장을 완전히 바꿔놓게 될 AI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뒤처지면서 군사적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위기감을 피력했다. 매티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순방한 뒤 "구글과 아아존 등 민간 기업이 AI 분야에서 군보다 훨씬 앞서있다. 이 기술을 중국처럼 더 적극적으로 군에 도입해야 한다"며 "국방부 내에서 국방혁신실험단(DIUx)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DIUx는 미 국방부가 지난 2015년 실리콘밸리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글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CNN은 "국방부의 관심은 특히 AI에 집중돼 있다"며 "국방부는 AI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페이스북, 구글, IBM 등 실리콘밸리 업체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지금도 폭발물 처리, 정찰, 폭격 등의 작전에서 로봇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로봇들은 모두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들이 원거리에서 조종해야 활동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8월 이 같은 로봇에 AI 기술을 탑재해 완전 자동화된 전투 로봇을 만들고자 하는 구상을 보고서로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AI가 군사 작전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 핵무기, 항공기, 컴퓨터가 발명됐을 때처럼 전쟁 양상이 극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하버드 벨퍼과학국제문제센터가 발표한 보고서는 "AI 기술의 발전은 전쟁 자동화를 이룩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드론과 자동 로봇이 전쟁에 참가하게 될 것이며 무인 전투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사진을 통해 적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정찰부터 적 컴퓨터에 대한 해킹 등 사이버전, 전쟁을 직접 수행하는 드론과 로봇까지 AI가 전쟁의 대부분을 인간 대신 수행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이버 보안업체 사일런스가 보안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인공지능이 12개월 내에 사이버 무기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루이스빌대 사이버보안연구소의 로만 얌폴스키 소장은 "AI 군사 기술의 발전은 곧 드론, 킬러 로봇 등 인간을 자동으로 살해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는 것"이라며 "모든 컴퓨터 시스템은 해킹이 가능하다. 아군의 킬러 로봇이 적에 의해 해킹되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AI는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벌어질 일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일에도 탁월하므로 우수한 AI 군사(軍師)를 갖춰 상대의 전략을 잘 읽어내는 쪽이 전쟁에서 우위를 쥐게 된다.
중국 구이저우의 빅데이터 센터. 빅데이터는 AI 개발과 운용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사진 차이나랩]
중국 정부는 AI 기술 발전을 미국에 뒤처진 군사력을 만회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은 오는 2030년까지 단계별로 AI 기술 개발과 상업화 육성을 추진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을 발표했다. AI 영역의 군사무기화를 모색하는 군민융합(軍民融合)도 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초 직접 군민융합개발위원회를 설립하고 민간 AI 기술을 군이 적극 활용하도록 지시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 AI 기술의 급격한 성장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국방 전문가인 엘사 카니아는 "중국 정부가 국가적 역량을 AI에 집중하고 막대한 자금과 데이터, 인적 자원을 쏟아붓기 시작하면 폭발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군사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중국군의 AI 및 자동화 기술 도입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씽크탱크 뉴아메리카의 피터 싱어 수석연구원은 지난 6월 와이어드 인터뷰에서 "중국은 경제와 군사 양측에서 AI에 명확한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며 "중국의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더이상 중국이 세계 최대의 AI 강대국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백악관이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중국 과학자들의 AI 관련 논문 수가 미국 과학자들의 논문 수보다 많아졌으며 그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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