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취임 100일..혜성처럼 등장해 석달만에 지지율 '반토막'

입력 2017. 8.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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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경험 없이 대권 첫 도전에 화려하게 집권했지만 지지율 급락
역대 최저수준 투표참여 속 당선 '절반의 승리'.."어리숙한 권위주의" 리더십 논란
노동법 개정 놓고 9월 노동계와 일전 예고..강점 꼽히는 정상외교로 돌파구 모색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마크롱, 허니문은 끝났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프랑스 정치판에 혜성처럼 등장해 서른아홉의 나이에 선출직 경험도 없이 단숨에 대권을 거머쥐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그지만 취임 100일은 다소 우울한 분위기에서 맞게 됐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거의 같은 시기에 출범한 마크롱 정부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80%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하는 것과 달리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더욱 대조를 이룬다.

정부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가 짙어지는 가운데 바캉스 시즌이 끝나는 9월부터 마크롱은 당장 프랑스 사회의 '뇌관'이라 할 수 있는 노동개혁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일 예정이라 정국이 상당한 혼란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운영 '긍정적' 37% 불과…국방예산 둘러싼 합참의장 항명사태 '결정타'

마크롱의 현 국정운영 지지율은 30%대 후반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렉티브가 조사에선 응답자의 62%가 국정운영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취임한 지 갓 석 달이 넘은 대통령의 지지율로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마크롱의 취임 첫 달인 지난 5월 국정운영 지지율이 대개 60%대 중반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지지율은 한 달에 10%씩 급락하면서 '반토막'이 났다.

이런 '날개 잃은 추락'은 좌· 우 동거 정부 아래서 '의전 대통령'에 머물렀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극적인 몰락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취임 2∼3개월 차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마크롱보다 높았다. 30%대 후반의 지지율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취임 21개월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마크롱이 프랑스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뒤 기라성같은 라이벌들을 차례로 완파하고 대권은 물론 의회권력까지 거머쥔 것이 불과 2∼개월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극적이다.

하지만 마크롱의 지지율 급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프랑스 정치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두 선거 모두 역대 최저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절반의 승리'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을 선택한 비율이 투표 참여자 네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극우 후보 마린 르펜을 상대로 66.1%의 높은 득표율을 얻었지만, 좌·우파 유권자들이 극우의 집권 저지를 위해 마크롱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줬기 때문에 그의 득표율은 '허수'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런 '절반의 승리'라는 마크롱의 태생적 맹점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율 급락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후 마크롱이 국내정치 행보에서 '권위적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것은 지지율 추락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재정적자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국방예산 삭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잡음이 인 것은 '결정타'였다.

(파리 AFP=연합뉴스)

프랑스군 최고위 장성인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이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과정에서 마크롱이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라면서 지위를 이용해 억누르자 합참의장이 전격 사임했고, 마크롱은 언론들로부터 "어리숙한 권위주의"라는 질타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연륜이 풍부한 국가지도자를 선호해온 프랑스 사회에서 '젊은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마크롱의 경륜 부족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던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젊고 강인한 대통령' 이미지 구축을 위해 핵잠수함에 직접 탑승하고 대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전격 초청하는 등 군을 적극적으로 정치에 이용해온 마크롱이기에 여론의 '배신감'은 더 증폭됐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론 국내에서도 프랑스군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국방예산 감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마크롱의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은 결국 군의 반발을 내년 예산증액 약속으로 무마해야 했고, 군 예산 감축으로 불거진 합참의장 항명사태에서 그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정치평론가 로랑 보댕은 이 사건 며칠 뒤 "마크롱과 프랑스인들의 허니문은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제1과제 노동개혁…노조는 물론 여론도 부정적, 정국 혼돈 가능성

마크롱이 국정 제1과제로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지지율 급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프랑스의 새 정부의 향후 5년 임기의 명운을 결정할 '뇌관'으로 꼽힌다.

마크롱 정부는 9월 말까지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의 노동법 개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 지지율 추락과 노동장관의 과거 고액연봉 보도 등으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주요 노조의 총파업 투쟁이 예정돼 있어 한바탕 충돌이 예상된다.

해고와 채용을 더욱 쉽게 만드는 방향의 노동개혁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정책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이는 과제다. 지나친 노동규제와 근로자 과보호 때문에 프랑스의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산별노조의 근로조건 협상 권한의 상당 부분을 개별 기업에 돌려주는 방안, 근로조건 관련 사원투표 부의 권한을 사용자에게도 주는 방안, 부당해고 근로자에 대한 퇴직수당 상한선 설정 등을 추진 중이다.

이런 노동개혁을 법률(Loi)이 아닌 법률명령(Ordonnance)이라는 일종의 우회로를 통해 추진하는 정부 방안이 의회에서 의결되면서 노동법 개정은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요 노조들은 "근로자 보호장치를 약화하는 내용인데다 법률명령으로 추진하는 것은 충분한 사회적 토론과 의회 논의과정을 건너뛰어 강행 처리하려는 것"이라며 내달 1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문제는 노동개혁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여론도 나쁘다는 데 있다. 지난 16일자 해리스 인터랙티브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2%로, 찬성(46%)보다 6%포인트가량 높았다.

앞서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였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일부 추진과제를 포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올랑드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강점 꼽히는 정상외교로 지지율 하락세 반전 모색…효과 있을까

마크롱은 정국 운영에 비판적인 여론을 연쇄 정상외교로 돌파하려는 듯이 보인다. 그는 23∼25일에는 오스트리아·루마니아·불가리아를 순방하는 데 이어 28일엔 프랑스 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빅 3' 정상들을 파리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열 열 예정이다.

휴가 직후의 8월 말 일정표를 정상외교와 해외순방으로 채운 것은 최근의 지지율 급락세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프랑스 정가의 분석이다. 국내의 각종 '불협화음'에 따른 지지율 하락세를 자신의 강점으로 꼽히는 외교무대를 통해 반전시키고, 잠시 국내 정치를 벗어나 프랑스 내의 비판 여론을 냉각시키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EPA=연합뉴스]

취임 이후 외교무대는 마크롱이 자신의 강점을 마음껏 펼친 공간이었다.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푸틴이라는 상식과 합리와 다소 거리가 있는 '스트롱맨'들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머리 위에서 수를 쓰는 대담함을 보여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오랜 라이벌 영국이 빠진 유럽연합(EU)에서는 독일과 함께 EU 개혁과 결속력 강화 논의를 주도하면서 유럽 내 프랑스의 입지도 한층 끌어올렸다.

마크롱은 아울러 시리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리비아 등 중동의 내분에도 '피스메이커'로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외교에서 아무리 강점을 보인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내정에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쉽게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마크롱이 모를 리 없다.

골치 아픈 국내 현안을 뒤로하고 외부로만 눈을 돌리다가는 국내에서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바탕으로 마련한 대대적인 정치개혁·청렴 입법 등 지지율이 높은 정책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제롬 푸케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마크롱은 이제 현실로 내려와서 자신의 결정들에 따른 정치적 비용을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생의 변곡점마다 금기에 도전하며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온 마크롱이 취임 100일 만에 맞은 정국 난맥상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yonglae@yna.co.kr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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