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겜S토리] '스팀'에서 금맥 찾은 국산게임들

박흥순 기자 입력 2017. 8.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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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팀
PC게임이 대세로 군림하던 2000년대 초반 게이머들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 각종 루트로 게임CD(콤팩트 디스크)를 구매했다. 한장에 750MB(메가바이트)의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CD로 구현된 세상은 기존 3.5인치 1.44MB의 디스켓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이후 게임들은 여러장의 CD로 발매되는가 하면 온라인의 발달로 직접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DLC(다운로더블콘텐츠) 형식으로 변모했다.
DLC는 게임 패키지를 뜯는 재미를 앗아간 대신 편리함을 안겨줬다. 게이머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가운데 미국 기업 밸브(Valve)가 만든 ‘스팀’(Steam)이 궁극의 DLC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최대 동시접속자 1400만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진 스팀은 초기 ‘카운터스트라이크’나 ‘하프라이프’ 같은 밸브의 대표게임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안됐다. 2003년 처음 출시된 스팀은 2년이 지난 2005년에 이르러 타사의 게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밸브는 인디게임을 출시하는 소규모 게임스튜디오들과 계약을 맺고 2005년 랙돌쿵푸와 다위니아 등을 서비스했다.
이를 토대로 스팀은 2006년 63개, 2007년 104개의 게임을 플랫폼에 탑재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2014년 스팀의 서비스 게임 수는 1800개를 넘어섰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일렉트로닉아츠(EA), 오리진 등 초대형게임사의 플랫폼을 제외하면 독보적인 수치다. 

오랫동안 스팀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게임사들의 독무대였지만 언제부터인가 국산 게임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뿐 아니라 FPS(1인칭슈팅)장르까지 국산 게임의 성공사례가 확산되며 스팀은 대박게임의 새로운 루트로 주목받게 됐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사진제공=블루홀

◆국산게임 스팀 성적 훨훨

한국 게임 가운데 스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둔 게임은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유저가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것을 활용해 생존경쟁을 벌이는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으로 지난 3월24일 스팀의 얼리억세스(유료테스트버전)를 통해 선보였다.

배틀로얄장르의 창시자 브렌든 그린을 영입해 만든 배틀그라운드는 현재까지 판매량 약 700만장, 최고 동시접속자 61만명을 기록하는 등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이용자는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아직 정식 출시 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공이다.

이에 고무된 카카오게임즈의 검은사막과 네오위즈의 블랙스쿼드도 차례로 스팀에 발을 들이고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다. 검은사막은 출시 일주일만에 약 3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블랙스쿼드는 얼리억세스로 출시한 지 18일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블랙스쿼드는 현재 북미, 남미, 유럽 등 3개 지역에만 오픈한 상황임에도 배틀그라운드가 16일만에 100만명을 확보한 것과 비견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PC 게임업계도 연이은 성공에 고무된 분위기다. 사실 그간 국내 게임이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해외 퍼블리셔와 계약하거나 해외 지사를 설립하는 등 넘어야 할 난관이 많았다. 애써 성공했지만 결실을 해외기업에 송두리째 빼앗기는 사례도 많았다. 스팀은 이런 문제가 전혀 없어 국내 게임산업의 새로운 성공루트로 주목받는다. 

스팀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 중인 한 게임회사 관계자는 “중소 개발사들이 힘들게 게임을 개발해도 판로가 막혀 빛을 발하지 못한 게임이 많다”며 “스팀은 초기 정착이 어렵지만 일단 정착하고 나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그야말로 황금의 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세계 게이머들이 수많은 피드백도 제공하므로 개발사 입장에서 게임제작 관련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검은사막. /사진제공=카카오게임즈

◆스팀 성공의 원동력

전문가들은 스팀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유리한 매출 배분율을 꼽는다. 스팀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매출을 7대3의 비율로 나눈다. 그간 퍼블리셔 혹은 판매상들이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배분이다.

스팀이 각광받는 또 하나의 요인은 게이머들이 스스로 스팀에 출시할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하는 ‘스팀 다이렉트’ 제도다. 스팀 다이렉트는 그린라이트라는 이름으로 2012년 도입, 약 5년간 1000만명이상이 투표에 참여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 제도는 지난 6월13일부터 스팀 다이렉트로 명칭을 바꾸고 신생·중소 개발사와 개인의 게임 출시를 지원하는 한편 게이머들에게 고품질의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전문가는 “스팀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 장터”라며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한 만큼 스팀의 미래는 상당히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제 제한이 없다는 점도 국내 중소 개발사들에게 매력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블랙스쿼드. /사진제공=네오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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