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포 고발하는 통화녹음.."을의 무기" vs "사생활 침해"

이성훈 기자 입력 2017. 8. 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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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년 전 한 기업의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하는 통화 내용입니다. "죽기 싫으면 (물건) 받으라고요, 받아요. 물건 (창고에) 못 들어간다는 그따위 소리하지 말고." 이 통화 녹음이 갑질 횡포를 사회에 고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몰래 하는 통화 녹음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성훈 기자가 '열린 마이크'로 들어봤습니다.

<기자>

서울 서초구 법조타운에 밀집한 속기사 사무실. 요즘은 통화녹음 파일을 문서로 만드는 게 주된 일입니다.

[황영하/속기사 : 한 달에 50여 건 정도 들어오고요. 검찰이나 법원에 제출하기 위해서 많이들 해가세요.]

녹음은 갑에 대항하는 을의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김지원/서울 강남구 : 친구가 사장한테 폭언을 들었는데 그걸 녹음해서 그 상황을 해결했어요. 녹음은 저희한테 권리인 것 같아요.]

사생활과 인격권 침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홍광의/광주 북구 : 누가 내 전화를 녹음하면 기분이 찝찝하고 굉장히 불쾌하죠. 녹음을 안 했으면 좋겠는데요.]

이곳은 서울시의 각종 민원을 접수하는 콜센터입니다.

전화를 걸면 "상담사와 연결 시 통화내용이 저장됨을 알려 드립니다" 녹음 사실을 알려주는데요.

개인이 통화 녹음을 할 때도 이 사실을 상대에게 고지하게끔 하는 일명 '통화 녹음 알림법'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미정/경기 용인시 처인구 : 녹음되고 있다는 걸 알려줌으로써 어떻게 사용될지 인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박정호/경기 수원시 팔달구 : 법적으로 불리한 진술을 피할수 있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법안에 대해 반대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신과 나눈 통화 내용을 상대방이 모르게 녹음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동의 없는 녹음은 불법이지만 영국과 캐나다는 허용됩니다. 미국은 38개 주에서 녹음이 가능합니다.

[허광준/사단법인 오픈넷 정책실장 :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범죄를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요. 특히 강자가 횡포를 부릴 때 약자 입장에서 그것을 폭로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활용돼왔기 때문에….]

[이호선/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통화하는 사람 의도에 따라서 굉장히 왜곡될 가능 성이 있고 사후에도 편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제의 필요성이 거론될 정도로 통화녹음이 일상화됐다는 건 우리 사회의 불투명과 불신을 반영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이성훈 기자sungh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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