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대출 갚을 걱정에, 병원도 마음 편히 못갔어요"

황정욱 2017. 8. 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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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알고 보면 쓸쓸한 청년들의 삶', 안산청년들의 '부채'를 말하다

[오마이뉴스황정욱 기자]

▲ 알쓸청삶-부채편1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알쓸청삶-청년부채 편에 참여한 청년들이 청년부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안산청년네트워크
"2006년 대학에 입학했는데 당시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였다. 공학을 전공했는데 그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 원을 넘었다. 고액 등록금을 내느라 학자금 대출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는 이유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기 위함인데 오히려 빚의 무게와 이자의 부담에 학업에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졸업 후에도 부채의 늪에 허덕이게 되더라."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진행 중인 '알쓸청삶, 청년부채 편'의 한 참가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쓸청삶'은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청년 정책'을 수립 프로젝트로, 지난 11일 '청년노동' 편에 이어 18일 '청년부채' 편이 진행돼 현장을 찾았다.

한국장학재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까지 학자금 대출 상환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179만1363명, 학자금을 갚지 못해 발생한 신용불량자는 1만7773명에 이른다고 한다. 학자금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로 생활 대출,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 등으로 청년세대의 부채 문제는 날로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안산청년네트워크 김송미 집행위원의 청년부채 현황에 대한 해설을 시작으로 행사에 참가신청한 10여 명의 청년들이 둘러앉아 자신의 상황과 고민을 터놓기 시작했다. 첫 프로그램은 자신의 한 달 지출을 각 영역별로 비율을 계산해보는 것이었다. 월세와 통신비, 교통비 등 고정적인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해 부담을 가지고 있는 청년부터, 총 지출에서 학자금 대출 상환이 40%가 넘는 청년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가지 지출이 늘어 적금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이라는 청년도 있었다.

이어 부채와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한 청년은 "원래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준비했고, 서울예대에 합격했었다. 하지만 아버지 건강 문제로 인해 큰 부채가 생겼고, 등록금이 비싼 예술대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빨리 할 수 있는 전공과 대학으로 꿈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은 경험을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학자금 대출 걱정에 내 건강 문제에 돈 쓰는 것을 고민해야 했을 때 너무나 서글펐다. 아파서 병원을 몇 번 가면 그 달 생활비가 쪼들린다. 병원도 마음 편히 못간다"고 본인의 상황을 설명했다.

▲ 알쓸청삶-부채편2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진행한 알쓸청삶-청년부채 편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안산청년네트워크
이렇게 심각한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도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정도의 정책에 그쳤던 지원방법이 더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는 지난 5월 청년 부채를 비롯한 일자리, 주거, 복지 등을 지원하는 '청년 디딤돌 플랜'을 수립했다. 그리고 학자금과 생활비 대출로 채무불이행자가 되버린 청년층을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청년 부비론' 정책을 펼쳐 호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광주광역시는 이미 2014년 청년업무 전담부서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토론회를 열어 광주 지역 청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청년부채가 청년들의 진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다양한 조사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2년 이상 장기부채를 보유한 청년들에게 재무·생애주기 설계 상담과 취업지원 사업을 연계해 청년 부채 해결을 적극 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산시도 지난 7월부로 청년 담당 부서 '청년정책팀'을 신설하고, '청년기본조례'가 시의회에 발의되는 등 청년정책의 확대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에 안산청년네트워크 김현주 집행위원장은 "지금 청년들은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주거, 부채,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 등 복합적이고 어려운 현실에 놓여있다"며 "안산시 청년 기본조례안에도 청년들의 생활안전망 구축 등 전반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주장하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집행위원장은 "안산청년네트워크는 이번 '알쓸청삶'에서 나온 내용들을 바탕으로 더 많은 안산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해 꼭 필요한 청년정책들을 구상하고, 시에 적극적으로 제안할 것이다. 당사자인 안산의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며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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