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 숙종 왕릉 발굴했다.. 고려문화 해명에 의의"

윤성환 2017. 8. 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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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윤성환 기자]

 고려 15대 왕 숙종의 무덤이 북한 개성 선적리에서 최근 발굴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밝혔다. 사진은 숙종의 무덤 전경.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관영 통신사 조선중앙통신은 8월 19일 평양발로 개성시 선적리에서 고려 제15대 국왕 숙종(肅宗)의 왕릉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조선에서 고려 제15대왕의 무덤 새로 발굴'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조선민족유산보존사 연구사들과 발굴대원들이 개성시 민족유산보호관리소와 고려박물관 연구사들과 합심해 20여 일간 선적리에서 발굴을 진행한 결과 마침내 숙종의 왕릉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고려 숙종의 왕릉은 개성시 선적리로부터 서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나지막한 산경사면 중턱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무덤의 규모는 남북 길이 29m, 동서너비 13m 정도로 동서방향으로 놓인 4개의 축대에 의해 구분되는 3개의 구획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중 북쪽의 1구획에서는 무덤칸과 봉분 기단시설, 무덤봉분둘레에 둘러놓은 담장 시설이 확인됐으며, 2구획과 3구획에는 문관상과 무관상들이 각각 2상씩 동서 6m 정도의 간격을 두고 대칭으로 마주서 있음이 확인됐다. 또 숙종이 잠든 무덤칸은 잘 다듬은 화강석 통돌을 2단으로 쌓아 남북길이 3m, 동서너비 1.2m, 높이 1.6m로 구성된 반지하식구조물로 확인됐다.

또 왕릉에서는 몇 가지 유물도 출토되었는데, 금박을 입힌 목관껍질 조각들과 고려시대의 청동숟가락꼭지, 용무늬암기와막새와 봉황새무늬수기와막새, 용머리모양잡상(지붕장식기와의 일종)조각이 발견됐다고 한다. 해당 유물들에 대해 북측은 "왕릉으로서의 성격과 시기적 특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고고학학회에서는 발굴현장에서 이 유적이 고려 15대왕 숙종의 무덤임을 고증하였다. 이번에 발굴된 고려 15대 왕릉은 민족의 첫 통일국가인 고려의 발전된 문화를 새롭게 해명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고려 15대 왕 숙종의 무덤이 북한 개성 선적리에서 최근 발굴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밝혔다. 사진은 숙종의 무덤 칸 내부.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번에 발굴된 왕릉의 주인공인 숙종은 재위기간이 1095년~1105년으로, 11세기 말~12세기 초에 활약한 임금이다. 이 시기 고려 사회는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여러 모순에 직면하고 있었다. 북방에서는 여진족의 세력이 나날이 커지며 급부상하고 있었고, 나라 안으로는 인주 이씨를 필두로 한 외척 문벌 귀족의 부패와 향락으로 인해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었다.

이럴 무렵, 고려 문종의 셋째 아들이던 숙종은 당시 위세를 떨치며 전횡을 일삼던 문벌귀족인 이자의 일파를 제거하는 쿠데타적 방식으로 즉위한 뒤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펼쳤다. 오늘날의 서울인 남경(南京)천도를 추진하고 측근세력을 양성하는 한편, 우리 역사상 최초로 화폐 유통 정책을 시행했다. 또 다가오는 북방의 풍운에 대비하기 위해 별무반(別武班)을 창설했다. 별무반은 숙종 사후 여진정벌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고려사(高麗史)>에 따르면 숙종은 임종할 때 자신의 능을 "검약하게 하는데 힘쓰라"고 유언했으며, 송림현(松林縣)에 장사지내고 능의 이름은 영릉(英陵)이라 붙였다 한다. 다만 이번 발굴 과정에서 묘지명(墓誌銘)이 출토되었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아, 북측은 무덤의 공간적 위치와 출토 유물의 연대, 문헌기록을 종합하여 해당 고분을 고려 숙종의 왕릉으로 확정한 것 같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개성에 소재한 고려 시대의 왕릉으로 태조 왕건릉(현릉)과 공민왕릉이 유명하다. 또 지난해 7월, 북측은 개성시 해선리에서 고려 제9대 임금인 덕종과 제10대 임금인 정종의 왕릉으로 추정되는 고분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밖에도 현재 개성 주변에는 상당수의 고려 왕릉이 산재해있으나, 관련 조사와 발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남북의 역사학계와 고고학계가 함께 고려 왕릉 발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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