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사랑방'이었는데..점차 사라지는 서점들(종합)

김정남 2017. 8.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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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서점 신용카드 사용액, 가파른 감소추세
경영난 동네서점들.."예전과 비교해 매출 반토막"
영상매체·인터넷 일상화 이후..중소서점 '직격탄'
책 사는데 돈 안써..사라지는 '책 읽는 문화' 한몫
신개념 헌책방으로 불린 북오프 신촌점이 문을 열었던 지난 2009년 당시 한 고객이 책을 고르고 있다. 북오프는 초기 일본서적이 주를 이뤘으나 이후 한국서적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후 발길이 뜸해지면서 7년도 채우지 못하고 2014년 문을 닫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에 위치한 A서점은 한때 동네를 대표하는 명소였다.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 정도를 제외하면 규모가 꽤 큰 편이었다. 위치도 번화가에 자리했다.

A서점에서 10여년째 일하고 있는 60대 직원 박모(여)씨의 말이다. “서점에서 처음 일했을 때 손님들이 정말 많았어요. 마침 새 학기가 겹쳐서 포스기 사용하는 법도 한 달간 배울 수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누군가 사용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안 나더라고요. 손님들이 계속 줄을 서있어서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사세가 조금씩 기운 건 몇 년 전부터다. 박씨는 “요즘은 평소에는 말할 것도 없고 새 학기가 돼도 일주일이면 한가해진다”면서 “예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 이상 난 것 같다”고 푸념했다. A서점은 대형서점들과 달리 10% 도서 할인까지 하고 있음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눈에 띄게 뜸해졌다고 한다.

그나마 A서점은 규모가 있어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다른 동네서점들은 이미 줄줄이 문을 닫았다는 게 박씨의 전언이다.

◇몰락하는 ‘지식의 사랑방’

‘지식의 사랑방’ 서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점’ 부문 개인 신용카드 사용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이 통계는 전국의 모든 오프라인 서점에서 쓰여진 신용카드 사용액을 집계한 것이다. 교보문고 영풍문구 반디앤루니스 같은 대형서점의 경우에만 온·오프라인 사용액이 모두 포함된다. 예스24 같은 온라인 서점의 경우 합산되지 않는다.

서점을 이용하는데 쓴 돈의 감소세는 매우 뚜렷하다. 한은이 이 통계를 내놓은 지난 2010년 12월 이후 플러스(+) 증가율을 보인 달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에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10.6%→-14.9%→-4.2%→-6.6%→-5.7%→-6.2%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일시적으로 1.6% 올랐지만, 그 직전에는 역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지난해 2월(0.1%) 전에도 9개월간 급락세였다.

이는 다른 오락·문화 분야와 비교해도 그 정도가 가파르다. 예컨대 5월 레저시설·레저용품에 대한 신용카드 사용액은 7.6% 증가했다. 5개월 연속 플러스 증가율이다. 2.1%→9.3%→6.8%→6.3%→7.6%로 비교적 호황 흐름을 보였다. 백화점(3.3%) 슈퍼마켓(13.8%) 할인점(3.4%) 면세점(18.4%) 편의점(24.2%) 등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웬만한 중소형 동네서점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A서점 정도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인근에 위치한 유명 헌책방인 B책방은 최근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 지난해 10월께 새로 바뀐 건물주가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면서다. B책방 관계자는 “원래 내던 월세의 두 배가 넘는 액수”라고 토로했다. 현재 경영 상태로 보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B책방은 현재 수천권의 책과 함께 옮길 곳을 찾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는 없다고 한다.

신촌 인근에서 신개념 헌책방으로 불리며 2009년 문을 연 ‘북오프’도 7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2014년 4월 영업을 마감했는데, 이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탓이다.

한국은행이 매달 집계하는, 개인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쓴 신용카드 사용액 총액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의 최근 추이다. 서점에서 쓴 돈의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0% 아래에 머물러 있다. 단위=%. 출처=한국은행

◇계속 감소하는 서점 사업자

서점의 몰락은 또다른 통계로도 감지된다. 국세청이 집계하는 5월말 기준 서점 사업자 수는 789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8% 감소했다. 지난 4월말 기준으로는 0.58%, 3월말 기준으로는 0.45% 각각 줄었다. 이 역시 추세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5월 당시에는 전년 동기 대비 0.96% 감소했고, 2015년 수치를 봐도 감소 흐름은 같다.

이런저런 이유가 거론된다. 무엇보다 2000년대 이후 영상매체와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게 첫 손에 꼽힌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책을 손에서 놓게 됐고, 자연스레 서점, 특히 규모가 작은 동네서점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한 달 평균 책값으로 지출한 비용은 1만6623원으로 나타났다. 5년 연속 감소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적의 유통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고 있는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30대 후반의 한 직장인 L씨는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습관처럼 서점에 들르던 때가 있었던 것 같다. 지적인 자극도 받고 약속 장소로도 괜찮았다”면서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형서점이 아니면 주변에서 서점 자체를 찾기 어려워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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