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경질 뒤엔 백악관 '군기반장' 켈리 있었다

이기준 2017. 8. 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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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 중시 켈리, 하극상 스카라무치 이어 배넌까지 경질 입김
배넌은 백악관 내 유언비어, 정보유출 중심 인물로 꼽혀
NYT "배넌 경질은 백악관에 규율 세우려는 켈리 승리"

18일(현지시간) 스티브 배넌 미국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전격 경질엔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복수의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배넌의 경질은 백악관에 규율을 세우려는 켈리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MSNBC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배넌 경질은 켈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부부의 공동작전이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켈리는 "동물원 동물들의 행동에도 질서를 가져올 만큼 규율에 강한 인물”이라는 평을 받을 마큼 '규율맨'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백악관에서도 켈리는 보고체계를 일원화하며 혼란스러운 백악관의 분위기를 정돈하는 데 전력을 다해왔다.

상사인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등 백악관의 기강을 무너뜨린 앤서니 스카라무치 공보국장의 경질을 대통령에게 요구해 성사시킨 것도 켈리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졌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AP=연합뉴스]
그런 켈리의 눈에 백악관 내 혼돈의 근원이라 평가받는 배넌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미국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켈리는 취임 직후부터 배넌을 백악관 내 권력 암투와 유언비어, 정보 유출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보고 주의 깊게 감시해왔다.
배넌은 무역 정책이나 세금, 이민 등 정책에서 극단적인 견해 탓에 종종 다른 백악관 직원들과 충돌을 빚었고 때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정적에 대해 부정적 정보를 흘리는 여론전을 펼쳤다는 의혹도 받아왔다.
존 켈리 신임 백악관 비서실장. [사진제공=미 국방부 자료사진]
배넌은 특히 또 다른 군부 출신 인사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매스터가 수장을 맡고 있는 국가안보회의(NSC)에도 배넌의 수하들이 진을 치고 맥매스터의 결정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켈리의 취임 이후 상황은 반전됐다. 켈리는 맥매스터를 도와 에즈라 코언워트닉, 리치 히긴스 등 NSC 내부의 배넌계 극우 인사들을 내쫓았다. 히긴스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미국 문화계를 점령하고 우리 행정부를 폄하해 대통령을 몰아내려는 마오쩌둥식 혁명을 획책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극우 음모론을 백악관 내에 확산시킨 장본인이다.

공화당계 인사들은 켈리 취임 이후 잇따른 백악관 내 인사 물갈이를 환영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팻 투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19일 트위터를 통해 "스카라무치에 이어 배넌까지, 켈리가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며 배넌의 경질 소식에 반색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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