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당구대회 첫 우승 조명우 "'4강 징크스'깨 후련..아버지께 트로피를"

2017. 8. 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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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 당구대회]"구리W 등 3연속 4강..우승 갈망 컸다"
"범접할 수 없는' 최성원 선배님과의 16강전이 가장 힘들어"
"형곤이 형은 외국 나가면 함께 방 써..항상 동생처럼 잘 챙겨줘"
18일 오후 펼쳐진 "2017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 3쿠션 남자부 결승에서 생애 첫 전국대회 우승을 거둔 조명우가 덤덤하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조명우(경기연맹·19)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에도 별다른 세리모니를 안했다. 쑥스러운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연맹 관계자와 당구팬들이 ‘강권’하자 겨우 큐를 든 채 활짝 웃었다. 조명우와의 인터뷰는 결승테이블 바로 옆과 기자석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우승직후 수많은 축하인사와 기념사진촬영 요구를 받은 그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관심은 언제나 좋죠. 환영입니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성인무대 첫 우승이다.

=20살(만 19세) 되고 전국대회 성인부 참가는 이번이 4번째인데, 우승을 했다. 얼떨떨하지만 정말 행복하다. 개인적으론 지긋지긋하던 ‘4강 징크스’가 깨져서 후련하기도 하다.

▲4강 징크스라면.

=작년 9월 구리월드컵, 올해 4월 룩소르월드컵, 7월엔 정읍 단풍미인배까지 계속 4강에 머물렀었다. 남들은 좋은 성적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징크스’라고 생각했다. 경기연맹 ‘경기도챌린지’에서 준우승, 3위만 각각 네 번씩 했다.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커진 이유이기도 하다.

3쿠션 결승이 펼쳐졌던 무대에서 큐를 번쩍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조명우.
▲우승 후 누가 가장 먼저 떠올랐나.

=제 입상 때마다 트로피를 보시고 크게 기뻐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지금까지 월드컵 트로피는 2개, 국내대회 트로피는 한 개를 가져다 드렸는데, 그때마다 제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다.

잠시 뜸을 들인 조명우는 아버지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저의 가장 큰 응원군이세요. 기사에 악플이 달리면 오히려 저보다 더 열을 내시곤 하셨죠. 그 모든 것들에 감사드립니다. 참, 이번엔 전보다 더 좋은 트로피 들고 갈게요. 하하”

▲결승전 이야기로 돌아와서, 의외로 큰 점수 차(40:14)가 났다.

=제가 잘 쳤다기 보다 (김)형곤이 형이 무언가 잘 안 맞는 듯 했다. 쉬운 공도 빠지더라. 그런데 20:4로 초반에 너무 잘나간 게 오히려 독이 될 뻔 했다. 저도 모르게 방심을 했다. 그 와중에 형곤이형이 8점을 따라왔다. ‘이러다 지는 거 아니야’란 생각에 들어 정신을 바짝 차렸고, 그게 마지막 22이닝 하이런 12점의 원동력이 됐다.

▲결승 상대 김형곤 선수와 붙어본 적 있나.

=연습게임은 좀 있었지만, 정식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저를 잘 챙겨주시는 형이다. 외국 시합나가면 방도 같이 쓰는 사이다. 5월 호치민월드컵때도 며칠 동안 함께 지냈는데, 귀여운 동생이라고 여러 면에서 예뻐해 주셨다.

▲스트로크 하기 전 테이블을 돌면서 각을 계산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던데.

=습관이다. 40초 안에 각을 계산하고 파울이 되기 전에 보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다.

▲결승까지의 경기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최성원 선배님과 붙은 16강전이다. 제 기준으로 정말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선수다. 작년 구리월드컵 8강에서 처음 만났을 땐 이겼다. 이후 올해만 두 번(부르사월드컵, 5월 인제 ‘오미자배’) 상대했는데 모두 졌다. ‘난구풀이’성 샷은 물론이고, 샷 후의 배치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번에 부담이 컸는데, 운이 좋았다. 최성원 선배님의 샷이 아깝게 빗나가는 게 많아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8강전 조방연 선수는 어땠나. 점수가 비슷하게 갔는데.

=경기도챌린지 준우승 네 번할 때, 결승전 1패를 안긴 선배님이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였고, 또 여기에 8강에 올라오니 입상에 대한 욕심까지 생겨 자칫 경기가 꼬일 뻔했다. 경기 중반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기에 임했다.

▲이번 대회를 자평한다면.

=아까도 말했지만, 운이 좋았다. 지난 7월 정읍 단풍미인배에서 전국대회 입상을 처음 해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너무 빠른 나이에 우승컵을 든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다. 제가 봐도 다른 형들보다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더라. 그래서 요즘 더 겸손하고 열심히 연습하려고 한다.

▲평소 연습은 어떻게 하나.

=낮 12시 전후로, 연습장인 서울 길동 DS당구클럽에 간다. 손님이 없으면 내 샷을 연구하고, 사람들이 모이면 연습경기를 한다. 이 연습경기를 실전과 같은 각오로 임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힌다. 한 달 1~3일을 제외하곤 매일 이 패턴의 반복이다. 당구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보면 힘들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겠지만, 저는 그 생활이 정말 즐겁다. 큐를 들고 공을 치는 행동 자체가 그렇게 좋다. 그러다 좋은 성적까지 나오면 즐거운 걸 넘어 행복해진다.

"신동" 조명우가 자신의 별명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아직도 ‘신동’ 꼬리표가 붙고 있다. 언제부터 따라다녔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생부와 선수부 경기를 함께 출전했다. 사실 그때도 ‘신동’이란 말을 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중2 이후부터다. 특히 중3땐 전국대회 32강을 9번이나 올랐는데, ‘신동’이란 꼬리표가 계속 따라오더라. 싫지는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신동일 순 없지 않나. 하하.

▲9월에 주니어 세계선수권, 청주월드컵이 다가온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은 이번 대회를 포함 두 번 참가할 수 있다. 작년에 우승했으니, 나도 행직이형(김행직 선수)처럼 3연패에 도전하고 싶다. 청주월드컵도 욕심은 나지만 부담감도 있다. 혹시 일찍 탈락하면 ‘작년 구리월드컵에선 4강 갔는데, 이번엔 왜 그것보다 못하냐’는 소릴 들을까봐서다.

▲담담한 성격 같은데,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나.

=실제로 무덤덤한 성격이다. 대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장난도 잘친다. 하지만 당구는 제 직업이다. 항상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정말 간혹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혼자 멘탈을 관리하며 극복하고 있다. 특히 경기중에 상대가 쫓아오면 일찍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원)매탄고 시절 한춘호 코치님에게 선수가 갖춰야 할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배운 후론, 스스로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많이 줄었다.

▲성인무대 첫 우승, 이제 시작이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같은 FC포르투팀의 다니엘 산체스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롱런하면서 사람들에게 평판까지 좋기란 쉽지 않은데 산체스는 이를 몇십년째 해내고 있지 않은가. 나중에 나도 당구인들에게 실력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어쩌면 이번 우승으로 그 길을 가기위한 출발점에 서게 된지도 모른다. 앞으로 그 길을 달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조명우를 응원해 달라.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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