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차이나.. 수백억 들인 LG 스타일러 中서 그대로 베껴 판매

박건형 기자 입력 2017. 8.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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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 위협하는 中 위조제품]
- 식품부터 첨단 IT기기까지
신라면 포장 베낀 과자 나돌고 설화수와 비슷한 '설연수' 판매
국내 최신TV 석달 뒤 中서 내놔
프랜차이즈는 상표 도용 시달려.. 국내 피해 기업만 1100곳 넘어
- 위조산업, 中 지역별 전문화
푸톈, 위조 신발 전세계 공급
광둥성은 위조 시계의 온상
선전 전자상가서 갤S 원하면 그 자리서 위조품 조립해 판매

18일 오후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몰. 검색창에 '설연수(雪蓮秀)'를 입력하자 추천 상품 10여 개가 주르륵 나타났다. 설연수는 'K-뷰티' 대표 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雪花秀)'를 본뜬 위조 제품. 설화수의 영문 표기인 'Sulwhasoo'도 'Sulansoo'로 살짝 바꿨다. 패키지가 정품과 유사하고 브랜드 이름도 가운데 한 글자만 달라 중국 사람들이 한국산으로 착각하는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 관계자는 "교묘하게 이름을 바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 판매 업체를 상대로 일일이 대응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핸드크림을 복숭아 모양의 용기에 담아 히트를 쳤던 중견 화장품 업체 토니모리도 중국산 위조 제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정품인지 구별이 안 되는 가짜가 상당수"라며 "이런 데 담긴 저질 상품을 쓴 중국 소비자들이 우리 쪽에 항의하는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고 말했다.

식품부터 IT(정보기술) 기기, 프랜차이즈 상표까지 위조

중국산 위조 제품은 한국산 화장품·식품부터 첨단 정보기술(IT) 기기까지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농심 신라면과 김치라면은 상표와 포장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제품이 중소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나돌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모양의 포장에 저질 라면이나 스낵을 담은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단속이 심하지 않은 지방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치고 빠지는' 식으로 상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현지에 진출한 우리 식품 업체들은 실태 파악도 힘든 실정이다.

첨단 IT 제품의 디자인이나 제품 사양을 그대로 도용하는 경우는 너무 흔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중국 중견 가전 업체인 톈준(TIJUMP)은 지난해 LG전자의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를 그대로 베낀 제품을 출시해 500대 이상 판매했다. 또 다른 중국 가전 업체 갈란즈(Galanz)는 올해 1월 상하이가전쇼에 역시 트롬 스타일러와 똑같은 제품을 자사 신제품으로 전시해 LG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트롬 스타일러는 개발에만 수백억원을 쓴 제품인데, 디자인과 기능을 베껴서 훨씬 싼 가격에 파는 업체들이 여러 곳"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형 TV 제조사 스카이워스는 LG전자가 1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전시한 신제품을 그대로 베낀 제품을 4월 중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스마트폰 5대 중 1개는 위조품이고, 이 중 86%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프랜차이즈 상표 도용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유명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은 중국에 진출했다가 메뉴와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간판까지 비슷한 짝퉁 프랜차이즈에 발목이 잡혔다. 설빙 상표를 도용한 중국 프랜차이즈는 상하이에만 300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특허청은 지난해까지 중국에서 상표를 도용당하거나 상표를 선점당해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이 1125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굽네치킨, 파리바게뜨, 김밥천국, 신포우리만두 등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프랜차이즈 상표가 현지에서 도용당했다.

거대한 위조품 생태계 형성된 중국

중국의 위조 산업은 거점별로 전문화되며 지역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푸젠(福建)성 푸톈(莆田)시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위조 신발의 근거지이고, 전 세계 시계의 40%를 생산하는 광둥성은 위조 시계의 온상이다. 첨단 IT 제품 위조의 중심에는 중국 최고의 혁신 도시로 꼽히는 선전(深圳)이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가인 중국 선전 화창베이(華强北)에서는 어떤 제품이든 완벽하게 위조가 가능하다. 10만여 개의 매장에는 정품과 위조품이 함께 팔린다. 삼성, 애플, 샤오미 등 상점마다 대기업 로고가 잔뜩 붙어 있지만 정식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 상점에서는 부품을 쌓아놓고 스마트폰, 게임기, 디지털카메라, 태블릿PC 등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의 위조품을 즉석에서 조립해 줄 정도이다. 뒤쪽은 아이폰, 앞쪽은 갤럭시S 시리즈로 만들어 달라는 식의 황당한 주문도 가능하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선전에는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과 세계 1위의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 수많은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들이 세계의 인재와 기술을 흡수하고 있으며, 어떤 종류의 제품도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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