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효리네 민박의 『카라마조프 가 .. 』 아이유는 어떻게 고전에 빠졌나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 아이유가 읽는 고전이 있다. 도스토옙스키(1821∼81)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방송에서 제목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눈 밝은 독자들이 화면에서 아이유의 책을 찾아냈다.
화면에서 알 수 있는 건 아이유가 열독하는 책이 민음사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라는 사실 정도다. 도스토옙스키가 그려진 표지가 화면에 살짝 비치면서 정체가 드러났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번역본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156권으로 나온 세 권짜리와, 열린책들의 ‘도스토예프스끼 전집’ 중 두 권짜리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 가장 알려져 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민박집 알바의 소일거리로 어울리는 텍스트가 아니다. 이른바 ‘목침형 고전(또는 제목만 아는 고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대작이어서이다. 세 권 합쳐 1500쪽이 넘는 두께는 작정하고 덤벼도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더욱이 소설은 인간의 원죄와 구원 문제를 다룬다. 내용이 심각해서 그런지 화면에서 아이유도 책을 펼치면 표정이 딱딱히 굳는다.
소설을 지배하는 모티브는 친부 살해다. 죽이고 싶지만 죽이지는 않은, 또는 죽기를 바랐는데 진짜 죽고 만, 아니면 죽어야 할 것 같아서 죽여버린 아들들의 이야기다. 20대 여성의 감수성이 뚝뚝 묻는 싱어 송 라이터 아이유의 노랫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사상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반가운 일이다.
도스토옙스키는 평생을 가난과 싸웠다. 그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문학을, 그것도 가장 숭고한 사상을 말하는 문학을 선택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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