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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

‘난각코드’ 없는 난감 상황도…이력추적제·지역별 집하장 확대 시급

윤희일 선임기자

“살충제가 검출된 이 농가의 계란에는 ‘난각코드’ 표기가 없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8일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자료 중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경북 김천지역 농가 계란의 ‘난각코드’난에는 ‘없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난각코드는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하다. 계란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역추적해 생산 농가를 파악할 수 있다. 농가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계란을 생산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만, 이조차 표기하지 않은 농가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난각코드 없는 계란’ 문제는 한국의 계란 유통·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현재 국내 계란 유통체계를 들여다보면 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잔뜩 도사리고 있다.

국내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유통·소비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 경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력추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자는 물론 중간 유통상까지 바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지만, 계란의 경우는 그런 시스템이 아직 없다. 계란이 농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유통경로를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이 확인됐지만 해당 농가의 계란이 어디로 팔려나갔는지 제대로 알 수 없었고, 이미 시중에 풀린 살충제 계란을 수거하기도 어려웠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축산물 이력제를 앞으로 닭고기와 계란에도 적용해 201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늦게라도 대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다.

살충제 계란 유통을 막으려면 ‘계란집하장’을 뜻하는 ‘GP(Grading and packing)센터’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별로 계란을 수집해 선별·포장하는 GP센터를 통해 계란을 한곳으로 모으면 유통 전에 살충제 잔류검사를 비롯한 위생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GP센터에서만 계란의 등급판정과 포장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국내 48개 GP센터를 통해 유통되는 계란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닭 농가의 90%가 A4 용지 크기의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현실에서는 언제든지 살충제 사고가 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으로 밀집 축산을 해소하고 친환경 복지 축산을 유도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가 농가에 엉뚱하게 살충제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케이지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에 시설투자비와 계란 수매 등을 지원하는 것도 한 대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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