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페이스북, 돈 못 버는 하드웨어에 집착하는 이유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2017. 8.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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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의 it 차이나·유럽>
[사진 출처 : 아마존]

구글이 작년 10월 픽셀이라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한 이후 올 해 두번째로 픽셀2가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작년에 출시된 픽셀 1의 경우, 통신사업자 기준으로 약 200만대가 시장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숫자다.

구글 외에도 아마존 역시 과거 ‘파이어폰’이라는 스마트 폰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했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다. 페이스북 역시 HTC를 통해 ‘퍼스트’라는 페이스북 전용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홈 스피커인 알렉사를 판매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이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있다. 여기에 구글을 포함해 세 업체 모두 하드웨어를 전담하는 별도의 부서를 두고 자사 전용 하드웨어를 만들기 위해 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 부분에는 다른 여러 업체들이 이미 선두권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기존 사업 보다 하드웨어 부문의 영업 이익이 높지 않거나 적자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들은 하드웨어 제품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결국은 가입자, 그리고 광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업의 본질은 광고다. 그리고 아마존 역시 AWS를 제외하면 가입자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요 수익원이자 경쟁력이다. 일단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2016년 미국의 디지털 광고 매출 연간 성장률의 99%를 이 두 회사가 가져갔다. 한마디로 구글과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더 이상 미국에서 디지털 광고로 살아남기엔 힘이 든 상황인 것이다. 양사는 이미 지난 2015년에도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성장성과 영향력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 국가에서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현재 포화 상태다.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한 디지털 광고는 이제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구글, 페이스북에게는 기존 가입자라 하더라도 새로운 기기를 통한 접촉이 필요하고 스마트폰이나 PC와는 다른 일상에서의 소비자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접근법은 아직까지 성장성이 높은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공략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지 않아 잠재적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인도를 비롯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가 그 대상이다. 이러한 시장을 위해 세 업체는 모두 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한 홈 스피커에 주목하고 이를 준비중이다.

이머징 시장에 대한 공략은 구글이 제일 앞서가는 모양새다. 안드로이드라는 강력한 운영체제(OS) 플랫폼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2014년 안드로이드 원 스마트폰 개발 플랫폼을 시작했으며 이제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미얀마와 같은 동서남아시아부터 나이지리아, 터키,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고 일본,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까지 출시 지역을 넓혀 4세대 플랫폼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국 중저가 시장 안드로이드를 최대한 보급하고 또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중저가 시장에까지 보급함으로써 소비자들과 밀접한 접점을 찾으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결국 더 많은 안드로이드 소비자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검색 광고 등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업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의 룬 프로젝트, 페이스북의 아퀼라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은 지역까지 자신들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하드웨어를 직접 만드는 또다른 이유, 영향력 확대

과거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키울 무렵에는 삼성 전자, 엘지 전자, 그리고 다양한 하드웨어 개발, 생산 업체와 손쉽게 협력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하드웨어 업체는 열심히 하드웨어만 만들고 플랫폼 업체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서비스 업체는 서비스만 제공하면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점점 포화함에 따라 각 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원 확보를 위해 남의 영토를 서로 엿보기 시작한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은 직접 개발한 서비스를 적게는 수십만대에서 많게는 수천만, 수억대의 자사 제품에 기본 탑재를 하고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겐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자신들의 서비스에 좀 더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만들어 주길 기대했던 입장에선 보기좋게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CPND (Contents, Platform, Network, Device)라 불리던 부분 중 디바이스(Device)에까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소비자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의 통제, 그리고 사용 시간의 확대에 있다. 구글이 작년에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이라는 타이틀로 출시한 픽셀을 예로 들 수 있다. 구글은 픽셀을 통해 픽셀 디바이스 사용자들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픽셀 런처 (Pixel Launcher)’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경험을 조사하고 새로운 안드로이드의 개별 서비스와 안드로이드 자체의 사용자 경험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자체 디바이스에 대한 자체적인 서비스와 플랫폼의 통제는 최종적으로 사용자 경험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활용함으로써 다른 안드로이드 제조사를 통해 얻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사용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구글은 자체적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개선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서비스에 좀 더 많이, 오랜 시간 동안 묶어둘 기회를 얻게 되고 이것은 결국 구글의 본질인 광고라는 부분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과거 자신들의 플랫폼이 선탑재된 스마트폰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했던 경험이 있고 지금도 홈이라는 장소로의 확대를 위해 인공지능 스피커나 홈 디바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조사는 어디로 가야하나?

글로벌 서비스나 플랫폼 업체들의 하드웨어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미 공식화된 것처럼 구글은 올 하반기 픽셀2를 비롯해 홈 디바이스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이미 알렉사가 탑재된 에코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으며 스마트폰에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최근 홈 디바이스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고 이미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페이스북의 서비스를 예외적으로 탑재시키거나 페이스북 서비스만 탑재된 단말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결국 이런 플랫폼 업체의 공세를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하드웨어 개발, 제조 업체들이 인지하고 거꾸로 새로운 서비스나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앞당겨진 시간만큼 모든 걸 스스로가 만들고 확장시키기 보단 이미 잘 만들어져 있는 생태계와 그에 수반된 업체들과의 협력과 투자, 파트너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의 제품을 그저 만들어 주기만 하는 수많은 하드웨어 업체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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