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구 작·연출가 "시상식용 청바지 샀는데 핀잔만 들었다"

박정환 기자 2017. 8. 18. 17: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지촌 여성, 손배소 청구당한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쏟아온 연극인 이양구(42)가 17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열린 '2017 윤영선연극상' 시상식에서 "제 옷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시상식용 새 바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연출은 "윤영선연극상은 내가 노리던 상인데 이양구 작가가 먼저 탔다"며 "내 순서가 올 때까지 더 열심히 양구 작가와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 껴안은 작품 잇따라 발표..'2017 윤영선연극상' 수상
이양구 '2017 윤영선연극상' 수상자가 시상식을 위해 새로 산 바지를 입고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7.08.17. (사진=벽산문화재단)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제가 생각해도 옷이 너무 낡아서 입고갈 옷이 없었습니다. 시상식인데 최소한의 예의를 차려야겠다 싶어 유니클로 매장에 가서 청바지 한 벌을 샀습니다. 수상 소감으로 이런 얘기하긴 그렇습니다만 아까 연극계 선배께서 극장 입구에서 '너는 시상식인데 청바지가 뭐냐'고 핀잔을 주셨습니다. "

기지촌 여성, 손배소 청구당한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쏟아온 연극인 이양구(42)가 17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열린 '2017 윤영선연극상' 시상식에서 "제 옷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시상식용 새 바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양구 수상자가 예상 밖의 소감을 말하자 시상식에 참석한 연극인들이 크게 웃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송태호 벽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최준호·박상현 한예종 연극원 교수 등 연극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충남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던 그는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별방'이 당선돼 연극계에 입문했다. 그는 "신춘문예 이후로 몇몇 연극상을 받았는데 상금이 있는 연극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금은 무대에 열정을 쏟는 연극인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 먹는 데 쓰겠다"고 했다.

이양구는 기지촌 여성, 손배소 청구당한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쏟아 희곡 및 르포집을 펴냈다. 평택 기지촌 여성의 아픔을 다룬 '일곱집매', 손배소 청구당한 노동자의 그늘을 다룬 '노란봉투'와 속편인 '작전명: C가 왔다', 해방 이후 미군정 시절 검열을 다룬 '씨씨아이쥐-케이(CCIG-K)' 등을 발표했다.

축사에 나선 문삼화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 연출은 "이양구 작가의 '일곱집매'를 2013년에 연출한 적이 있다"며 "그가 '똥고집'이라 참 많이 싸웠고 폐막한 날에서야 겨우 화해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일곱집매'는 평택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하며 살아온 할머니들의 황혼을 들여다본 작품으로 상복도 많았다. 2013년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과 여자연기상, 한국연극 베스트 7 등을 탔다. 문 연출은 "윤영선연극상은 내가 노리던 상인데 이양구 작가가 먼저 탔다"며 "내 순서가 올 때까지 더 열심히 양구 작가와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이양구 작가가 쓴 '노란봉투'를 연출했던 전인철 극단 돌파구 대표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전 연출은 "이양구 작가가 공연 1주일 전까지 손배소 청구당한 노동자의 그늘을 다룬 대본을 안 줬다"고 폭로(?)하면서도 "대신에 작가와 함께 노동현장을 찾아다니며 이전까지 잘 보지 못하던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한편, 윤영선연극상은 진취적인 예술정신으로 연극 활동을 한 극작가 겸 연출가 윤영선(1954~2007)을 기리기 위해 제정, 올해 4회째를 맞는다. 윤영선연극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벽산엔지니어링에서 후원한다.

윤영선연극상 운영위원회는 "1회 부터 계속 유력하게 꼽아오던 이양구를 올해의 수상자로 결정하는데 어떤 이의도 없이 뜻을 모았다"며 "그는 낮에는 위안부 할머니, 쌍용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하고, 블랙리스트 타파 투쟁 현장에 있었으며, 밤에는 대학로로 돌아와 연극을 했다"고 했다.

또 "그가 사회성이 강하고 현장고발적인 연극을 한다고 그의 작품이 거칠거나 깊이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들은 수준 높은 문학성과 연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복도에서' '쉬는 시간' 같은 청소년극들은 그가 10대의 싱그러운 감성과 순수한 생각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는지를 증명해준다"라고도 했다.

art@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