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당국의 무신경이 차량 테러 막지 못한 이유

김성탁 2017. 8. 1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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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 인도에 차량 진입 막는 구조물 없어
영국, 두차례 테러 후에야 탬즈강 다리에 차도·인도 구분 펜스 설치
스톡홀롬에서도 백화점 차량 돌진 테러 이후 볼라드 설치 발표
한국 관광객들 유럽 찾을 땐 차량 인도 진입 막는 장치 살필 필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소 13명이 숨지고 1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범은 휴가철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명소인 람블라스 거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람블라스는 도로 양끝에 차도를 배치하고 중간에 넓은 인도를 설치한 대표적인 보행 위주 거리다. 레스토랑이나 바, 시장 등이 몰려 있어 언제나 인파로 붐빈다. 용의자는 카탈류냐 광장에서 람블라스 거리의 인도로 차량을 몰고 진입한 뒤 빠른 속도로 500미터 가량을 내달리며 행인들을 들이받았다. 일단 차량이 인도로 들어오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날 가능성이 크지만 스페인 당국이나 바르셀로나시 측은 이 인도로 차량의 접근을 막는 장애물을 전혀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유럽에서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빈발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대표적인 관광지에서조차 이를 막기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폭발물이나 총기 등의 반입이 어려워지면서 테러범들은 누구나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차량을 이용해 테러를 시도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의 무신경하고 나태한 행정력이 민간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차량 테러가 발생한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의 모습.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펜스가 없었다. 영국 정부는 두차례 테러 이후 임시 펜스를 설치했다.
영국에서도 지난 3월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테러범이 몬 SUV 차량이 인도의 사람들을 들이받아 행인 5명이 숨지고 50명 가량이 다쳤다. 이 다리에는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테러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3개월 후인 지난 6월 런던브리지에서 또다시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두 차례 테러가 발생하고 나서야 영국과 런던 시당국은 탬즈강 다리에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임시 펜스를 설치했다. 다리 인도로 진입하는 부분에는 석조 구조물을 배치해 테러를 노린 차량의 진입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런던 시내에는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차량을 몰고 군중으로 돌진할 수 있는 관광 명소가 허다한 실정이다. 스웨덴 스톡홀롬에서도 지난 4월 차량이 백화점으로 돌진해 5명이 숨지는 테러가 발생했는데 그 이후에야 번화가인 해당 지역에 차량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의 경우 워싱턴 의사당 앞 도로 등에 진작부터 테러 방지를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미관을 고려해 보기 좋은 볼라드(bollard: 차량진입용 말뚝)로 바꾸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왔다. 한국 관광객들도 유럽 등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주요 관광지 등에서 인도를 구분하는 볼라드 등이 설치돼 있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 사진을 찍는 등 관광지에서 머무를 때면 만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차량이나 시설물이 있는 곳을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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