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판·검사 관련 뇌물 혐의 줄줄이 무죄..2심만 가면 '느슨'

이혜원 2017. 8.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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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법조 비리' 혐의로 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6월로 형량을 감경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7.08.18. scchoo@newsis.com

'법조 비리' 정운호·김수천·김형준 혐의 핵심 무죄
1심 뇌물 인정돼도 2심서 직무관련성 좁게 해석
"향후 유사 사건 터져도 빠져나갈 구멍 많아져"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현직 법조인에게 사건 편의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이른바 '법조계 비리' 사건 연루자들이 항소심에서 해당 혐의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법원이 뇌물죄를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18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정 전 대표가 김수천(58·사법연수원 17기) 전 부장판사에게 재판 편의 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건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대표는 2014년 김 전 부장판사에게 네이처리퍼블릭 '수딩젤'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 SUV 차량인 레인지로버 등 총 1억5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이후 김 전 부장판사가 맡게 된 '수딩젤' 항소심 재판에서는 실제 정 전 대표가 원하는 대로 1심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정 전 대표와 김 전 부장판사 사이에 오간 금품에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뇌물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 전 대표의 다른 소송과 관련해 김 전 부장판사가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이지, 수딩젤 항소심 재판과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품이 오간 시기가 해당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되기도 전이어서 항소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 만큼, 정 전 대표가 미래에 있을 재판 편의를 대가로 뇌물을 건넸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반면 1심 재판부는 당시 김 전 부장판사가 향후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고, 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봐 직무와 관련성 있는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 전 부장판사 역시 같은 취지로 지난달 6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스폰서와 수사 무마 청탁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7.08.10. scchoo@newsis.com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부장판사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뇌물 수수가 인정되지 않고 알선수재 혐의만 인정되면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최근 법조인 비리 관련 재판에선 뇌물죄 성립이 좀처럼 인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김형준(47·사법연수원 25기) 전 부장검사 역시 항소심에서 뇌물 혐의 부분을 무죄로 판단 받았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고교 동창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지난 10일 항소심은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당일 석방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김 전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47)씨에게 받은 1500만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빌려준다', '이자는 필요 없다' 등의 문자를 주고받은 점을 고려할 때, 뇌물로 준 게 아니라 나중에 갚기로 예정된 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또 뇌물로서 해당 돈을 건넸다면 김씨가 '가져간 돈을 내놔라'라고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빌려주는 돈', '변제' 등의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반인 기준에 돈을 건넨 행위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의심될 만하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본다"며 "뇌물죄에서 직무 관련성을 좁게 해석하면 향후 유사 사건에서 해당 혐의에 대해 무죄로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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