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은폐'인가 '오판'인가..빛바랜 60년만의 전시

구유나 기자 입력 2017. 8. 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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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 앞두고 문화재청 '은폐' 논란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재제작된 모조품으로 확인된 덕종어보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덕종어보'(덕종 상존호 금보)는 1471년 제작된 '원품'이 아니라 1924년 '재제작'된 것입니다."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 기자회견장에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전시의 주인공은 60년 만에 첫 공개되는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였지만 화두에 오른 것은 2년 전 반환받은 '덕종어보'였다.

'덕종어보'는 1471년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덕종(추존왕)에게 '온문의경왕'(溫文懿敬王)이라는 존호를 올리며 제작한 어보다. 한국전쟁 중에 유출됐다가 2014년 미국 시애틀미술관과의 우호적 반환 합의에 따라 국내로 돌아왔다.

2015년 3월 문화재청은 반환받은 덕종어보가 1471년 제작된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돌아온 어보는 원본이 아니었다. 1924년 종묘에서 덕종과 예종의 어보 5과(덕종어보, 예종어보, 예종비어보, 장순왕후어보, 예종계비어보)가 분실된 이후 조선미술제작소에서 재제작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덕종어보를 포함해 이 중 4과를 소장 중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지난해 말 1924년 분실 사건을 다룬 신문 기록을 발견하고 비파괴 분석을 통한 성분 조사에 나섰다. 분석 결과, 덕종어보는 15세기 제작된 다른 어보에 비해 아연 함량이 10~20%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물관 측은 12월쯤 덕종어보가 재제작본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이듬해 1월 문화재청에 보고했다.

물론 반환받은 덕종어보의 가치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 신문기사에는 '순종이 어보 분실에 대해 염려해 경찰서장을 불러 조사를 촉구'(동아일보, 1924년4월12일)했으며 '어보를 재제작해 정식으로 종묘에 위안제를 지내고 봉안'(매일신보, 5월2일)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2015년 반환된 덕종어보. /사진=문화재청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화재청이 이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것.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반환 전 2013년 5월 예비 조사와 2014년 7월 실태 조사를 거쳤음에도 이같은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문화재청 측은 "국외에서 경매 등을 통해 문화재를 환수할 때 여건상 외형분석만 진행한 다음 국내로 가져와 성분분석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기에 국고를 들이는 경우 불확실 요소가 크면 환수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문제가 남는다. 문화재청은 최소 7개월 전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김 관장은 "숨기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가 환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함께 공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잘못된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해 지난 2월 박물관 홈페이지에 기재된 설명을 수정했다. 앞서 방송과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1471년 제작된 덕종어보'의 반환 사실을 알렸다. 언론에도 보도자료를 재배포해 같은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문화재청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축소하려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재청은 19일부터 10월 29일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을 통해 문정왕후어보, 현종어보, 덕종어보, 조선·대한제국 국새 등 해외로 반출됐다가 되찾은 문화재를 전시한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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