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때마침 낯 부끄럽고 안타까우며 민망한 상황이 발생했다. 소녀시대 멤버 태연이 자카르타 공항 봉변에 휘말리며, 새삼 연예인의 공공장소 내 엄정한 신변 보호 체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팬들이 스타를 대하는 자세는 물론, 유독 해외스케줄이 많은 한류스타들의 안전 시스템 제반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태연은 지난 17일(현지시각) 공연을 치르고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입국하던 중, 공항에서 엄청난 팬들과 인파로 인해 신체적 접촉에 휘말리는 등 피해를 겪었다.

케이팝(K-POP) 시대가 시작되면서 근 10여 년 간 한국의 아이돌들의 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는 한류 스타들의 모습이 국내 인천국제공항에 숱하게 포착됐고, 그들은 소속사가 채용한 경호원들과 함께 공항에서 팬들을 만나고 취재진들의 카메라에 응하는 스케줄을 소화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일명 ‘사생팬’의 무차별적인 행동 양상이다. 열광적인 사생팬들은 어느 곳에서든 아이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자신의 눈과 카메라 안에 수집하고자 한다. 전 국민, 세계인이 이용할 수 있는 공항은 대다수 팬들이 운집하기에 유독 적합하고, 그만큼 사생팬들이 아이돌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태연이 오늘(18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팬들은 현지 공항의 무질서 속에서 태연의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부위를 만졌다. 그들 역시 사생팬들과 다름없이 스타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태연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것일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 대중들이 한류시대 톱 아이돌에게 요구하는 스타 윤리나 미덕은 더할 나위 없이 가혹한 편이다. 태연은 경호원 체제가 삼엄하지 않은 위험한 상황 속에서 군중들에게 떠밀리고 밟히다시피 하는 곤욕을 겪었으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런 팬들에게 미안함부터 표출하고 팬들의 상한 마음을 다독여야만 했다. 가령 “누구보다 사랑 많고 정 많은 팬들이니까 오늘 일은 해프닝으로 생각하겠다”는 태연의 입장은 스타가 아닌 일반인들이었다면 굳이 다지지 않아도 될 씁쓸한 각오다.

게다가 태연은 국내에서도 유독 개인 팬, 사생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케이스다. 실제로 사생팬들이 그의 핸드폰 번호까지 손 쉽게 알아내 밤새 그의 핸드폰으로 문자나 전화 테러를 한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소녀시대 멤버인 써니 역시 몇 년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모는 자차를 쫓아 택시를 타고 도로에서 추격전까지 벌인 사생팬에게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남자아이돌들은 여자 사생팬들이 숙소에서 진을 치며 대포 카메라로 일거수일투족을 찍는 상황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벼운 토크 소재로 소진하는 것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사랑이라고 달려드는 사생팬들에게 항변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사랑이라는 미명의 집착이었다. 약 10년 간 사생팬들이 국내 아이돌 멤버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낯 부끄러운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있을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태연은 이미 ‘레전드 걸그룹’ 소녀시대의 메인 보컬이며 아이돌의 표상과도 같은 존재다. 그만큼 태연의 이번 자카르타 공항 봉변 사태는 스타를 대하는 팬들의 태도에 대한 경각심을 촉발시킬 수밖에 없다.

한류아이돌들이 겪는 신변 위협이나 사생활 침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때마침 상징적인 아이돌 태연이 상징적인 팬 곤욕을 치렀을 뿐이다. 더 이상 간단하게 넘어갈 수만은 없다는 다수 팬들의 상식적인 의견과 해결방안 모색에 관한 똑똑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테면 스타의 신변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각 기획사의 보다 체계적인 체제 점검, 기획사에 고용되는 경호 전문 업체들의 한층 전문적인 업무환경 개선이 시급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모든 곤욕 속에서도 타인을 향한 미안함부터 표출해야 했던, 톱스타 태연의 심적 안정을 염원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