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식약처장에 "제대로 답변 못할거면 브리핑 말라"

최원우 기자 2017. 8. 1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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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현안 점검회의서 기본적 업무도 파악 못한 모습에 질책
野 "처장이 버벅거리면 국민 더 불안".. 文대통령에 해임 요구
- 국회 업무보고때도 비슷한 상황
살충제 계란 유통 현황 질문에 "추적하고 있다" 답변만 되풀이

국민이 '살충제 계란'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 안전을 책임져야 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잇따라 업무 파악조차 못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17일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류 처장에게 수입 계란의 안전성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그러나 류 처장은 상당수 질문에 머뭇거리며 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할 수도 있다"며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업무 보고에서 류영진 식약처장이 ‘살충제 계란’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류 처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업무 보고에서도 살충제 검출 계란 조사 상황이나 간단한 현안조차 파악하지 못하며 쩔쩔맸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남양주에서 검출된 계란은 몇 군데 도매상으로 갔느냐?"고 묻자 류 처장은 "추적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의원이 "지금 모른다는 얘기 아니냐? 계란이 도매상으로 갔는지, 소매상으로 갔는지도 모르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하자 "아니다, 아니다"라면서도 끝내 답하지 못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지금 식약처장이 내용을 모르고 버벅거리면 국민은 더 불안하다"며 "사고 난 지가 언젠데 국회에 와서 질의에 응답도 못 하면서 이걸 언제 파악해서 한다는 거냐"고 말했다. 보다 못한 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식약처 공무원들은 (처장이) 나와서 헤매게 하면 안 된다"며 "날밤을 새워 공부라도 하고 나왔어야 한다"고 했다.

류 처장은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내산 달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안심하고 드셔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는데,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또 이미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이 "피프로닐 등 살충제가 들어 있는 계란이 시중에 유통 중이니 빨리 조처해달라"고 식약처 등에 알린 사안이기도 했다. 기동민 의원은 "날마다 식탁에 오르는 주요 식품에 대해선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단언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류 처장은 "전년도에 많은 (계란) 수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보고받아서 믿어도 된다고 말한 것"이라며 "죄송하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류 처장은 임명 당시부터 식·의약품 문제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한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식약처장 임명 전까지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2016년 총선과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부산시선대위원장과 특보단장을 역임했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야 3당은 17일 일제히 "류 처장의 지난 10일 '국내산 계란은 안심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국민 혼란을 초래했다"며 "류 처장은 살충제 계란 파동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성일종·김순례·김승희·윤종필 의원 등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은 경험과 전문성 없이 코드 인사로 임명된 류영진 식약처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 등도 이날 "류 처장이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렸다"며 "자진 사퇴하라"고 했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현안 보고를 받기 위해 류 처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류 처장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에 참석 안 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불출석 이유를 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22일 류 처장을 다시 불러 질의하기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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