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도 탐구과목도 구분 그대로.. 문·이과 통합은 빈말

김형원 기자 2017. 8. 1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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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쏟아진 수능 개편] [上] '융합형 인재 양성' 취지 실종
수학 가·나형으로 칼같이 구분, 탐구도 사회·과학 선택하게 해
문·이과 구분없는 수업 불가능
일선학교 "뭐하러 개편하는지.. 아이들만 실험쥐처럼 골탕먹어"
미국·독일 등 구분 없이 가르쳐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을 개편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교육과정의 핵심은 '문·이과 구분 없는 융합 인재 양성'이다. 교육부는 "문과·이과 구분으로 발생하는 '지식 편중 현상'을 없애고, 다양하게 배우도록 해 융합형 인재를 기르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런데 이번 수능 개편안에 대해 "문·이과 벽을 허문다는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칼 같은 '수학 쪼개기'

교육부는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현 중3부터 모든 학생이 통합사회·통합과학을 배우도록 했다. 그러나 수학은 여전히 이과 수학(가형), 문과 수학(나형)으로 쪼개놓았다. 이렇게 하면 교실에서 문·이과 구분 없는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학생들이 입학하면 '수학 가·나 가운데서 뭘 선택할지' 물어 문과·이과로 나눈다"며 "이번 수능 개편안 역시 수학 가·나형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학교 수업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완 광운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수학을 통합 출제해 학생들이 기본적인 내용은 문·이과 구분 없이 배우고, 심화 내용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2~3학년 때 선택해서 배우게 해야 수능 개편 취지에 맞는다"며 "이럴 거면 왜 수능을 개편했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탐·과탐도 구분

탐구영역을 사회탐구·과학탐구로 나누고, 한 과목만 선택하도록 한 것도 개편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많다. 이렇게 하면 수능에서 '문과는 사회탐구' '이과는 과학탐구'를 선택해 자연스럽게 문·이과가 구분된다는 것이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는 "융합형 인재를 만들겠다며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했다면, 탐구영역은 아예 없애야 했다"며 "수능 개편안은 학생들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문·이과 통합이라는 교육과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개편안이 탐구영역에서 한 과목만 선택 응시하게 해 학생들을 점수 잘 나오는 과목으로 쏠리도록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수능은 탐구영역에서 2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김혜남 문일고 진학부장은 "아이들은 자기가 배우고 싶은 과목보다는 점수 따기 좋은 과목을 골라 듣고 시험을 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2)씨는 "수능을 개편한다고 해서 애들 교육이 크게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왜 또 제도를 바꾸는지 모르겠다"며 "이러니 중3들 사이에서 '우리가 실험쥐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배우게 한다는 점에서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이과 구분하지 않는 나라 많아

주요 선진국들은 문·이과를 따로 구분하지 않거나, 구분하더라도 대입 시험에서 사회·과학 과목을 필수 공통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문·이과가 구분이 없는 대표적인 나라다. 고교를 졸업한 학생은 SAT 시험을 치르면 인문대든 공대든 지원할 수 있다.

중국은 2018년 고등학교 1학년 입학생부터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입시 개혁을 단행했다. 중국의 새 입시 제도에 따르면 어문·외국어·수학 3과목을 공통 과목으로 보고, 나머지 3과목은 물리·화학·역사·지리·생물·정치 6과목 중에서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기존엔 공통 3과목 점수에, 문과생들은 '문과 종합', 이과생들은 '이과 종합'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일본·프랑스·스페인 등은 아직 문·이과를 구분해 대입 시험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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