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NOW] 라틴어까지 배우는 대치동 아이들

김은중 기자 2017. 8. 1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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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등 "라틴어 배우면 합격에 유리"
강남 학원가 강좌 개설 잇따라
수강료 2배에도 정원 금세 마감

고대 로마어인 라틴어는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사라진 사실상의 사어(死語)다. 신학과 고전을 연구하는 학자 말고는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최근 "미국 대학 입시에 라틴어가 도움이 된다"는 소식에 라틴어를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영어 학원이 최근 '라틴어 강좌'를 열었다. 초급부터 고급까지 2년 장기 과정이다. 수강료는 한 달에 50만원(주 1회 2시간 기준) 정도. 학원 관계자는 "일반 영어 강좌보다 2배 비싸지만, 정원 30명이 금방 마감됐다"고 했다. 대부분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보려는 학생들이다. 라틴어 강좌를 여는 학원이 서울 강남·서초구에만 10곳이 넘는다.

SAT 준비생들이 라틴어를 배우는 것은 입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어렵다는 이유로 라틴어를 배우는 사람이 줄고 있다. 그러자 하버드대 등 유명 대학들이 "라틴어를 배우는 학생이 너무 적다. 라틴어를 배워 관련 SAT 점수를 얻으면 합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근 미국 고교에서도 명문대 입학을 위한 라틴어 배우기 열풍이 불어 라틴어 교사가 부족하다고 한다.

라틴어를 배우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도 있다. 서양어의 뿌리인 라틴어를 배우면 외국어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라틴어 배우기가 학원가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인문학 공부를 위해 라틴어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의학을 전공하는 김근호(29)씨는 최근 라틴어 공부를 시작했다. 김씨는 "서양 예술과 철학을 공부하다 보니 라틴어가 필요했다"고 했다. 회원 수만 3만5000명에 달하는 인터넷 카페 '바벨의 도서관'에선 회원들끼리 라틴어 관련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스터디나 소모임을 구성해 함께 라틴어를 공부하는 이가 많다. 국내에 라틴어 관련 학습 자료가 부족해, 개인이 만든 보충 자료나 참고할 만한 해외 웹사이트·원서 등을 공유한다. 2015년 두양문화재단이 개원한 인문학 인재 양성소 건명원(建明苑)은 교육생들에게 라틴어 경전을 암기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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