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에서 자체 제작으로.. 콘텐츠 2차대전 시작됐다

신동흔 기자 2017. 8.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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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1년만에 넷플릭스와 결별.. IT 업체들 콘텐츠 무한경쟁]
디즈니, 내년 ESPN 동영상 방송.. 2019년엔 자체 공급망 내놓기로
넷플릭스, 콘텐츠 확보 비상.. 내년에만 70억달러 쏟아붓기로
애플·페북도 콘텐츠 확충 사활
- 국내 업체들도 자체 제작 붐
CJ E&M, 3위 방송 사업자 부상
SKT, 제작사에 650억원 투자

스마트폰 기업 애플이 내년 자체 콘텐츠 제작에 무려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는 TV 프로그램 10개를 제작할 수 있는 금액으로, 지난해 케이블TV 채널 HBO가 콘텐츠 제작에 쏟아부은 돈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의 부상으로 애플 아이튠스의 영화·영상 대여 서비스가 부진을 겪자,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콘텐츠 판매를 넘어 자체 콘텐츠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애플뿐만 아니라 아마존도 내년에 45억달러(약 5조11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페이스북은 최근 동영상 모바일 플랫폼 '와치'를 공개하며 콘텐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약 140개 기업과 동영상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표적인 영화 콘텐츠 제작사인 디즈니는 자신의 콘텐츠 비즈니스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해 넷플릭스 등 기존 서비스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넷플릭스와 결별한 디즈니

밥 아이거 디즈니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8일(현지 시각) "넷플릭스와 콘테츠 계약이 종료되는 2019년 이후 디즈니 콘텐츠를 더 이상 넷플릭스에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연 매출 556억달러(약 63조원)에 스타워즈 시리즈 판권을 가진 루카스필름, 아이언맨·캡틴아메리카의 마블, 최초의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인 토이스토리를 제작한 픽사 등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콘텐츠 기업으로, 지난해 넷플릭스와 콘텐츠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지 1년 만에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결별하는 대신 자체 동영상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2018년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채널 ESPN을 통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고 다음 해엔 디즈니 전용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14일 "'콘텐츠의 왕' 디즈니가 콘텐츠를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디즈니의 결별 선언으로 넷플릭스는 콘텐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넷플릭스는 테드 사란도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가 로이터 인터뷰를 통해 "마블과 스타워즈(루카스필름)는 그대로 남기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넷플릭스는 콘텐츠 확보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내년에는 70억달러(약 8조원)를 콘텐츠에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디즈니의 결별 선언 직후 유명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만든 유명 제작자 숀다 라임스와 판권 계약을 맺었고, 마블 출신들이 만든 '킹스맨' 판권 보유 업체 밀러월드를 전격 인수하기도 했다. 콘텐츠 파워를 절감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장기적으로 자체 콘텐츠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이지만, 장기부채와 지급해야 할 콘텐츠 대가를 포함해 이미 200억달러(약 22조7520억원) 이상의 자금 부담을 안고 있어서 앞길이 험난하다.

◇"다채널 시대에 콘텐츠 경쟁력이 핵심"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국내 업체들도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보는 시대에서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대로 전환되면서 콘텐츠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방송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선 CJ E&M은 올해 방송 콘텐츠 제작에 무려 4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CJ E&M은 특히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tvN을 통해 '시카고타자기' '공조7' '신서유기4' 등과 같은 자체 제작 드라마·예능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국내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지난달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 SM C&C에 6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판권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올해 80억원을 투자해 '박나래의 복붙쇼' 등 예능 프로그램과 '애타는 로맨스' '수요일 오후 3시30분' 등 10여편의 자체 제작 드라마까지 만들고 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세대에선 콘텐츠 이용 행태가 이미 바뀌었다"며 "다양한 형태로 방송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의 파워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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