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에 15초.. 인공지능이 사람 뽑는다

김경필 기자 2017. 8. 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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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월 IBM 채용담당 부사장]
AI가 추린 사람만 면접 진행, 인력낭비 막고 시간도 반으로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 분석해 지원자 성격·이직 확률 등 판단

AI(인공지능)가 지원자가 낸 이력서를 들여다본다. 스펙(자격 요건)과 경력을 검토한 AI가 15초 만에 지원자를 1차 면접 대상자로 추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채용 담당자가 제안을 받아들이자 AI가 지원자에게 메일을 보내 묻는다. '축하합니다! 1차 면접 대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어느 시간대에 방문해주실 수 있나요?' 영화나 과학소설 속에 나오는 일이 아니다.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한 기업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업의 인재 채용에 AI 바람이 불고 있다. 입사 지원서를 분석해 후보자를 추리고 지원자가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자료를 분석해 지원자의 성격과 이직 확률을 판단하는 등 실제 채용 과정에 적용되고 있다. AI가 사람을 뽑는 시대가 온 것이다.

◇AI가 사람 뽑는 시대가 온다

앰버 그리월〈사진〉 IBM 인재 채용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환경이 변하고 있는 만큼 채용 과정도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용 담당자가 입사지원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후보를 추려내는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를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IBM에는 전 세계에서 300만명이 지원했다. 아무리 훌륭한 채용 담당자라도 입사지원서 수천 통을 들여다보다 보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며 중요한 인재를 사람의 편견 때문에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BM은 AI '왓슨'을 채용 과정에 적용했다. 우선 지원자는 온라인으로 왓슨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왓슨은 지원자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지원자에게는 회사 내에 맞는 직무가 있는지를 알려준다. 회사에 도착한 지원서 수만 통은 왓슨이 직접 읽어들여 지원자의 스펙을 파악한다. 왓슨은 채용 담당자가 미리 알려준 기준에 따라 채용 후보 20명을 추린다. 채용 담당자는 이 20명의 지원서만 집중적으로 검토하면 된다.

그 결과 IBM에서 채용에 걸리는 시간은 85일에서 45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IBM에 이어 채용 과정에 왓슨을 도입한 일본 소프트뱅크는 최근 "신입사원 채용 서류 심사에 들어가는 시간이 680시간에서 170시간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리월 부사장은 "많은 기업이 채용 과정에 너무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AI를 이용한 채용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기업들도 인재 채용을 돕는 다양한 AI를 개발해 내놓기 시작했다. 구글은 최근 구직자와 기업이 채용에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 '클라우드잡스'를 공개했다. 이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각종 채용 정보를 학습해 구직자에게 맞는 일자리를 추천해준다. 기업에는 적합한 인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서 추천해준다. 미국의 AI 분야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엔텔로의 AI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자료를 분석해 어떤 유형의 지원자가 나중에 이직할 확률이 높은지 기업에 알려준다. 하이어뷰라는 스타트업에서는 면접 영상에 나온 지원자의 단어 선택, 목소리, 몸짓 등을 보고 지원자가 정직하게 대답하는지를 판단해 기업에 알려준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은 변하지 않아

'AI 채용 담당관' 시대에 구직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리월 부사장은 "당장은 '스펙'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재 채용 과정에 적용되는 AI가 아직 완벽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학 학점이 어떤지, 무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처럼 숫자로 나타나는 요소를 중심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월 부사장은 "AI는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사람의 성품을 파악하는 방법을 학습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호기심, 의사소통 능력, 감성 지능 같은 '소프트 스킬'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왓슨은 지원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분석해 그의 성격과 가치관을 유추해내는 기능을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의 AI 전문 스타트업 인터뷰드는 지원자에게 온라인으로 글을 써보게 한 뒤 이를 분석해 지원자의 인지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은 물론 성격이 어떤지까지도 분석해내는 AI를 내놨다.

그리월 부사장은 기업이 찾는 인재상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업이 찾는 인재는 과거와 다를 게 없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선택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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