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 남발 .. 농약검사 딱 한 번, 영농일지 훑고 점검 끝

장원석 2017. 8. 18.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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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증기관 다수 영업정지 전력
규정엔 농약관리 여부 수시 점검
인증 관리 소홀해도 솜방망이 처벌
전국 산란계 농가 54%가 친환경
농식품부 장관 "인증기관 통폐합"
살충제 성분 검출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산란계 농가가 17일 26곳이 추가돼 총 32곳으로 늘어났다. 이날울산시 울주군청 직원들이 언양읍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을 압류 조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약 검사를 어떻게 수시로 해요. 한 번만 하려고 해도 얼마나 난린데….”

현재 친환경 인증기관을 운영하는 회사 대표의 말이다. 농약 검사를 시행하려면 한 번에 20만~25만원이 드는데 부담이 커 자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비용은 전부 농가가 부담한다.

계란을 포함해 친환경 축산물엔 농약을 쓰면 안 된다. 그러나 농약 검사는 친환경 인증을 최초로 받을 때 딱 한 번만 받는다. 갱신할 때도 의무가 아니다. 이 인증기관 대표는 “관리규정엔 인증기간에도 수시로 농약 관리 여부를 점검하도록 돼 있지만 영농일지를 들춰 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은 유기합성농약 등의 구매·사용 보관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고 1년간 보관해야 한다. 농장주가 농약을 산 적이 없다고 하거나 구매 사실을 숨기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의 한 전직 직원은 “사료와 금지 약물이 금방 검출되는 주사 등은 신경 쓰지만 소독약이나 살충제 등은 상대적으로 점검에 소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반 산란계 농장이 친환경 농장으로 전환하는 건 어렵지 않다. ‘친환경 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 실시요령’에 따라 축사 조건을 갖추고, 번식과 사료 관리규정 등을 지키면 된다. 물론 초기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길게 보면 득이다. 계란 한 개당 1원(무항생제)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친환경’ 마크를 부착하면 출하가격도 높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전국 친환경 산란계 농장은 780곳으로 늘었다. 전체 전국 산란계 농가(1456곳)의 53.8%다. 이 중 765곳은 무항생제 인증 농장이다. 항생제가 들어간 사료를 먹이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일반 공장식 축산과 사육시스템은 같다. 이런 친환경 인증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관원의 업무다. 그러나 관리 대상이 늘면서 민간의 손을 빌려왔고, 올해 1월부터는 아예 전국 64곳의 민간 인증기관이 전담하고 있다. 그러나 위탁을 받은 인증업체가 농장 관리에 소홀한 게 적발돼도 처벌은 솜방망이다. 1~6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대부분이고, 이 기간이 끝나면 업무를 재개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마리농장 등을 비롯해 이번에 적발된 63곳의 친환경 농장에 인증을 준 기관 중 상당수가 이런 영업정지 전력이 있다. 삼진아웃제가 있지만 실제로 이를 근거로 지정을 취소한 건 2015년 이후로 단 2건뿐이다.

농관원 관계자는 “인증 업체와 동반 입회해 검사를 나가기도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농관원은 인증기관을, 인증기관은 농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17일 오후 국회 현안보고에서 친환경 인증기관 통폐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친환경 농가에서 문제가 됐기 때문에 그 부분을 더욱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민간 인증기관을 가능하면 통폐합하고, 이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손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축산 선진국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책임 소재를 따지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화학성분을 최소화한 농약을 개발해 보급하고 정부가 나서 밀집 사육 등 구조적인 문제도 손을 대야 한다”고 했다.

가장 합리적인 유통관리 수단으로 꼽히는 이력추적관리제 도입은 2023년이나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생산자와 유통 과정 전체를 전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닭과 계란은 대상이 아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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