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이라야 집값 뛴다 .. 은마아파트 49층 재건축 고집
서울시, 35층 이하 건설 요구에도
입주민들 층수 더 높인 계획안 제출
시 측 "더 보완" 재건축 심의 거부
“재건축 계획안을 받아줄 수 없다.”(서울시)
서울시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간 재건축 층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은마 재건축추진위가 밀어붙인 ‘최고 49층’ 재건축 계획안에 대해 서울시가 ‘미심의’ 결정을 내리면서다. 서울시는 17일 “전날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서울시의 높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 심의 요건 자체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계획안에는 최고 14층 4424가구의 은마아파트를 최고 49층 6054가구로 재건축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시는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공동주택(3종 일반주거지역)을 35층 이하로 지을 것을 추진위 측에 요구했지만 주민들은 49층 재건축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은마 주민들이 49층 재건축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수익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재건축은 건축 규모를 결정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이 수익성을 좌우한다.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과 재건축 후 용적률 차이가 클수록 일반분양분이 늘어 분양 수입이 증가한다. 일반분양 수입이 많으면 주민들의 사업비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문제는 현재 은마아파트 용적률이 197%로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용적률이 180% 이하여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은마아파트가 현 상황에서 재건축을 하면 용적률 300%가 적용돼 최고 35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바꿔 초고층 단지로 지으면 조망권, 희소성 등이 반영돼 분양가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재건축 이후 아파트 시세도 주변보다 높게 형성된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56층짜리 ‘래미안 첼리투스’는 3.3㎡당 아파트값이 4800만원 정도로, 이촌동 평균(3043만원)의 1.6배 수준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은마아파트를 초고층이 아닌 일반 재건축을 하면 집주인은 억대의 추가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집값은 약세다. 지난달 15억2000만원에 팔렸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가 최근에는 14억8000만원에 나온다.
황의영·홍지유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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