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못믿을 전수조사..농가 방문없이 마을회관서 수거

피용익 2017. 8. 1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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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농장주가 주는대로 샘플 채취산란계 농장주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수조사를 한다길래 담당 직원들이 조사 나올 줄 알았는데 직원들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고 했다"며 "조사를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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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살충세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부가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흘 동안 한정된 인력이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검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거듭된 발표 내용 번복에 이어 전수조사 신뢰성 문제까지 겹치면서 사면초가다.

농식품부 '살충제 계란' 농가 엉터리 발표...31곳 중 10곳 틀려

◇ 농장주가 주는대로 샘플 채취

산란계 농장주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수조사를 한다길래 담당 직원들이 조사 나올 줄 알았는데 직원들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고 했다”며 “조사를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살충제를 친 농가라면 계란을 갖다 달라고 할 때 옆집에서 한 판 빌리거나 해서 다른 계란을 갖다 주지 않겠느냐”며 “이런 경우 살충제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농장을 방문한 검사 요원이 규정대로 샘플을 채취하지 않고 농장 주인이 전달한 계란을 그대로 수거해 조사했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샘플 채취의 적정성과 샘플의 신뢰성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농식품부는 검사요령에 따라 시료 채취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명확한 농가의 경우 출하정지를 연장하고, 해당 농가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재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사원이 농가에 미리 연락을 해 조사 배경과 시기를 조율한 뒤 샘플을 채취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살충제를 사용한 농장주가 증거를 없애거나 다른 계란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김영록 장관 “121곳 재검사 실시”

농식품부에 따르면 일부 농가의 비협조도 부실 전수조사의 한 원인이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부 농가에서 공무원의 출입을 거부하며 정상적인 시료 채취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수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료 채취다.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 중 무작위로 샘플을 채취해야 하지만 해당 검사원들은 양계장 진입 자체를 못했다. 농장주가 가져다준 계란을 받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는 설명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도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일부 표본에 문제가 있어 121개소에 대해 재검사하고 있다”며 부실 전수조사를 시인했다.

김 장관은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문제 이후에 농장주들이 출입을 불허하는 경우가 있었고 표본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재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예견된 부실 조사와 발표 번복

잇단 발표 번복과 부실 전수조사 논란은 예견돼 왔다. 1000곳이 넘는 농가를 대상으로 ‘사흘’이라는 전수조사 기간을 설정한 것부터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하면서 샘플을 채취하고 적합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농식품부와 식약처 모두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며 “솔직히 시간이 빠듯하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잇단 부실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축하 분위기가 살충제 계란에 묻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불러온 조급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 셈이 됐다.

한편 정부는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 3차(최종) 결과를 18일 발표한다.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한 산란계 농가가 추가로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생산 농장(17일 05시 현재)

피용익 (yonik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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