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나쁜 사람' 진재수에 최순실 "왜 공주 승마냐" 따져

이혜원 2017. 8.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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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 증인으로 출석
"박원오가 전화 항의…협박처럼 느껴져"
최순실 "공주승마 의혹 사실 아냐" 토로
전 KEB하나은행 독일 본부장도 증인으로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정농단 정점'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08.17.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나운채 이혜원 기자 = 지난 2013년 대한승마협회 비리 감사 이후 박근혜(65)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하느냐는 대통령 말을 들었다"라며 명예퇴직을 하게 된 경위를 증언했다.

또 진 전 과장은 자신이 청와대에 보고서를 제출한 직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도 털어놨다.

진 전 과장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정황을 밝혔다.

진 전 과장은 지난 2013년 8월 노태강(57) 문체부 전 체육국장(현 제2차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 청와대는 정유라(21)씨가 경북 상주 승마대회에서 준우승한 뒤 문체부에 승마협회 비리 조사를 지시했다. 진 전 과장은 청와대의 지시로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등을 만났고, 승마계 파벌싸움으로 감사를 결론지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61) 당시 문체부 장관을 집무실로 불러 노 전 국장 등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며 인사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은 당시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린 직후 박 전 전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보고서에는 '박 전 전무의 말만 믿고 일을 추진하기엔 위험하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진 전 과장에게 "박 전 전무가 전화로 '서운하다. 어떻게 나를 그렇게 표현하느냐'라고 말했는가"라고 묻자, 진 전 과장은 "네"라고 답하면서 "어떻게 수석실에 보고한 자료가 박원오라는 민간인에게 바로 누출이 된 건지 굉장히 놀랐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재차 "박 전 전무의 항의가 협박처럼 느껴졌는가"라고 묻자, 진 전 과장은 "당연하다"라고 즉답했다.

또 "앞으로 내게 신분상 안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진 전 과장은 그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자신을 감찰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로 발령받은 뒤 명예퇴직했다.

진 전 과장은 이에 대해 "노 전 국장이 그만둔 경위를 듣고 나서 '(정년인) 2년 반 동안 버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검찰이 "노 전 국장이 어떻게 그만두게 됐다고 들었는가"라고 묻자, 진 전 과장은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하고 있느냐'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라며 "저도 '앞으론 심적 부담이 크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정농단' 최순실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08.17. stoweon@newsis.com

최씨는 이날 직접 신문에 나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정씨의 '공주승마 의혹' 부당성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씨는 진 전 과장에게 "안 의원이 공주승마 의혹을 제기한 사실을 아느냐"라며 "왜 공주가 된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진 전 과장이 "당시 이미 한예종으로 발령받은 상황이었다"라며 "관계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최씨는 "당시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그 부분을 알고 있냐. 조사해봤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진 전 과장이 "당시 심적으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고 있었다"라며 말끝을 흐리자 최씨는 "공주승마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오후에 증인으로 나온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은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밀접한 관계일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이 전 법인장은 "지난해 1월 삼성타운점 지점장으로 발령된 사실을 안 전 수석이 알고 있었냐"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라며 "안 전 수석이 발령 사실을 확인하면서 '글로벌영업2본부장 쪽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 전 법인장은 한 달 뒤인 2월 초 KEB하나은행의 해당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대해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사이 밀접한 관계가 있어 안 전 수석이 인사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했냐"라고 묻자 이 전 법인장은 "영향력이 있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8일 재판에 증인으로 예정된 박 전 전무는 지난 16일 "후두암 수술로 인해 최근 2주간 음성 사용을 중지하라는 진단을 받았다"라는 이유로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날 박 전 전무의 증인신문 대신 박 전 대통령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 관련 서증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naun@newsis.com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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