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기 질, 남태평양 섬나라 수준..깨끗한 공기 맘껏 마시세요

안영인 기자 2017. 8. 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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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장마처럼 비가 이어진다. 남부지방은 지난 일요일부터, 중부지방도 지난 월요일부터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벌써 4~5일 째 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비가 오락가락할 전망이다.

햇볕이 따가워야 할 한여름에 마치 장마처럼 비가 이어지면서 한참 익어가는 과일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농작물 병충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야외 활동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폭염은 완전히 꺾였다. 특히 공기가 참 깨끗해졌다. 구름은 많이 끼어 있지만 20km, 30km 먼 곳까지도 훤히 보인다. 특히 미세먼지가 사라졌다. 공기를 들이마시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실제로 오늘(17일) 아침 7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보면 서울과 인천, 대전이 4, 충북 3, 세종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까지 떨어졌다. 충남과 전북, 경북은 7, 대구와 광주는 8㎍/㎥를 기록했다. 감히 따라잡기 힘든 것으로 여겨지는 세계보건기구의 초미세먼지 권고치가 연평균 10㎍/㎥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공기가 얼마나 깨끗한지 알 수 있다.

특히 미국 보건영향연구소(HEI)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핀란드와 캐나다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7, 스웨덴과 뉴질랜드는 6,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통가는 4, 키리바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기가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캐나다나 뉴질랜드의 공기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고 일부 지역은 남태평양 섬나라 공기 그 이상으로 깨끗한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세먼지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 있는 푸단대학교 연구팀이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Li et al., 2017).

연구팀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생 가운데 심장질환이나 호흡기질환, 알레르기 등이 없는 건강한 대학생 5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한 그룹의 방에는 필터가 제대로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달아주고 다른 그룹은 가짜 필터가 달린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밖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그대로 마시게 했다.

9일 동안 실험을 하고 12일 동안은 방을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다시 9일 동안의 2차 실험에서는 가짜 필터를 달았던 방은 제대로 된 필터를 달아주고 제대로 된 필터를 달았던 방은 가짜 필터를 단 다음 생활을 하도록 했다. 물론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방 공기청정기에 진짜 필터가 장착됐는지 아니면 가짜 필터가 장착됐는지 모르게 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방에서만 생활을 하도록 했고 실험기간 동안은 실내에서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못하게 하고 창문이나 문도 닫아 두도록 했다. 두 그룹의 차이를 오르지 제대로 된 필터가 없어 외부 공기를 그대로 마시는지 아니면 제대로 정화된 상대적으로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지로 제한하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첫 번째 실험과 두 번째 실험이 끝난 뒤 각각 학생들의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스트레스 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대사물질을 검사했다. 실험 전후에 혈압도 측정하고 각종 생체지표도 검사했다. 실험 기간 중 가짜 필터를 설치한 방 공기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53.1㎍/㎥, 공기청정기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방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24.3㎍/㎥이었다.

실험결과 가짜 필터를 달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공기를 마신 그룹의 경우는 코르티솔(cortisol)이나 코르티손(cortisone)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정화된 공기를 마신 그룹보다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르티솔은 33%나 늘어났고 코르티손은 18% 증가했다.

또한 포도당과 아미노산, 지방산, 지질도 증가했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공기에 노출된 그룹은 혈압이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고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관련 생체지표도 높아졌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공기에 노출될수록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각종 대사질환에 걸린 위험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특히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정화하는 것처럼 미세먼지 농도를 떨어뜨리면 장기적으로 심장 건강과 혈관 건강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전국적으로 계속해서 비가 오락가락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공기가 남태평양 섬나라 수준으로 깨끗할 것이라는 뜻이다.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깨끗한 공기는 심장병, 당뇨병, 각종 대사질환의 위험을 크게 낮춰준다.

자연이 스스로 정화해 준 깨끗한 공기, 일 년 내내 오늘과 같은 공기를 마실 수는 없을까? 깨끗한 공기는 원래 공짜였다.

<참고문헌>

* Huichu Li, Jing Cai, Renjie Chen, Zhuohui Zhao, Zhekang Ying, Lin Wang, Jianmin Chen, Ke Hao, Patrick L. Kinney, Honglei Chen, Haidong Kan. Particulate Matter Exposure and Stress Hormone Levels. Circulation, 2017; 136 (7): 618 DOI: 10.1161/CIRCULATIONAHA.116.026796

* 미국 보건영향연구소(HEI)  https://www.stateofglobalair.org/air               

안영인 기자young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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