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살충제 계란 레바논으로도 유입"..중동으로 번지는 파문

김성탁 2017. 8. 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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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유럽과 아시아 이어 확산되는 양상
벨기에 병아리 부화장 7곳 보관 중이던 달걀서도 피프로닐 검출
농부들 속인 방역회사 관계자 2명 기소
"비법으로 진드기 박멸" 광고한 네덜란드 방역회사 2명 재판 시작
벨기에 정부 "농가 지원비용 사기꾼들이 내야" 손해배상 소송 예정
벨기에·네덜란드 당국, 늑장 통보해 전 세계 대응 늦춰 빈축
소비자단체, 회원국만 쳐다보는 EU의 식품안전체계 강화 요구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달걀’ 파동이 3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오염된 달걀이 비유럽권에서 홍콩에 이어 레바논으로도 수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피프로닐 오염 달걀 문제가 중동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이 유럽연합(EU) 17개 국가 외에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와 홍콩에 이어 레바논으로도 유입됐다고 유럽 관료들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식용 가축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문제를 처음 EU에 통보한 벨기에에서는 지난 15일 병아리 부화장 7곳에서 보관 중이던 달걀에서도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벨기에 당국은 달걀을 폐기하고 부화장을 폐쇄했다. 벨기에 정부는 피프로닐 오염 수준이 낮아서 소비자들에게 위험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부화장 계란에서까지 오염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달걀 오염 여부를 조사 중인 실험실. [로이터=연합뉴스]
같은날 네덜란드 중부도시인 즈볼레에 있는 지방법원에서는 살충제 계란 파문과 관련해 체포된 방역회사 관계자 두 명에 대한 비공개 심리가 열렸다. 법원은 성명에서 “검찰이 이들을 가금류 농장에서 피프로닐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했는데, 공중보건을 위태롭게 했다"며 “금지된 살충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있어 추가 조사를 위해 재구속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당국은 벨기에와 공동 조사에 착수해 방역회사 '치킨프렌드'의 간부인 이들을 체포했다. 이들은 농부들에게 자신들만의 특별한 제조 비법으로 암탉들의 진드기를 신속히 없앨 수 있고 8개월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피프로닐을 사용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당국은 이들이 벨기에 '포트리비전'이라는 회사로부터 피프로닐을 공급받았는데, 루마니아 화학품 제조업체가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벨기에 정부는 살충제 달걀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제가 된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벨기에 총리실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복구 비용 등에 대한 배상금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고 FT가 보도했다. 데니스 뒤카르므 벨기에 농업부 장관은 “소송은 상징적인 조처가 아니라 이번 일로 피해를 본 농가 지원 등에 필요한 비용을 사기꾼들이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파동으로 달걀과 관련 제품들이 수거되거나 양계장이 폐쇄되면서 네덜란드에서만 피해액이 최소 1억5000만유로(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식품에 대한 안전기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던 유럽의 식품안전 정책은 도마에 올랐다. 특히 매일 식탁에 오르는 계란의 피프로닐 오염이 예고됐음에도 일부 국가들이 은폐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EU과 회원국만 쳐다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U에 처음 오염 달걀을 신고한 벨기에 당국은 지난 6월 2일 한 농장에서 처음 발견하고도 50일 가까이 쉬쉬하다 지난달 20일에야 EU에 통보했다. 수사를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세계로 퍼지고 있는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네덜란드 당국 역시 지난해 11월 피프로닐이 닭 농장 방역에 사용됐음으로 확인하고도 적극 대처하지 않은 것이 벨기에 정부의 폭로로 드러났다. 네덜란드 정부는 당시 보고서에 계란 오염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이에 대해 스페인 소비자협회인 ‘행동하는 소비자'의 루벤 산체스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 EU 회원국들이 피프로닐 오염 계란에 대해 뒤늦게 통보하는 바람에 EU와 비EU 국가들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EU가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 위반이 드러나거나 사태 수습 과정에서 투명성을 잃은 국가에 대해선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잉마르 스트리즈 독일 소비자연맹 대표도 “벨기에와 네덜라드 당국은 너무 형편없이 이번 파문을 다뤘고, EU 경보시스템도 정보를 매우 늦게 제공했다"며 다른 회원국에 알리는 보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U 보건 장관들은 다음달 26일 오염 계란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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