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꽃요일'로 일상 탈출

2017. 8. 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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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창업반 수강료를 낼 때 진짜 고민했어요. 비용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한편으로는 언젠가 내가 꽃집을 하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예전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킨다고 생각했어요. 보람을 느꼈지요. 꽃 선물도 비슷해요. 내가 사람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다는 느낌이 좋아요." 김씨는 <추적 60분> ,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 <불만제로> , <먹거리 x파일> 등의 제작에 참여한 13년차 베테랑 방송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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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솔지씨가 만든 꽃다발. 박시온 제공

“꽃집 창업반 수강료를 낼 때 진짜 고민했어요. 비용이 만만치 않았거든요. 한편으로는 언젠가 내가 꽃집을 하게 되겠구나 싶었어요.”

여러 분야 원로들의 인생사를 담은 <한국방송>(KBS)의 <티브이(TV) 회고록 울림>의 방송작가였던 김솔지(36)씨는 3년 전 우연히 꽃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결혼을 앞둔 친한 언니에게 특별한 결혼선물을 주고 싶어 고민하다가 출근길에 밑도 끝도 없이 결혼부케를 직접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다. 당장 웨딩부케 강좌를 찾아 수강 신청하고 단 5회 수업을 듣고는 생애 첫 웨딩부케를 완성했다. 결과는? 그가 만든 부케에 깃든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신부는 부케를 받은 친구한테서 돌려받아 신혼집으로 가져갔다.

김씨는 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고, 제대로 꽃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은 김솔지에게 ‘꽃요일’이다. “엄마에게 제일 많이 선물했어요. 평소에 꽃을 받을 일이 없으시니, 역시 딸밖에 없다며 정말 좋아하세요.”

지금까지 만든 꽃다발 가운데 3분의 2는 선물하고, 3분의 1은 집으로 가져갔다. 꽃다발이 예쁘게 만들어진 날일수록 신기하게도 선물할 일이 늘 생겼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를 불러내 선물로 안겨주기도 했다. 꽃으로 사람들과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예전 시사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킨다고 생각했어요. 보람을 느꼈지요. 꽃 선물도 비슷해요. 내가 사람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한다는 느낌이 좋아요.” 김씨는 <추적 60분>,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불만제로>, <먹거리 X파일> 등의 제작에 참여한 13년차 베테랑 방송작가다.

행복은 전염될수록 커지는 법. 사람들이 기뻐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분명 즐겁지만,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꽃은 제 직업의 탈출구 같아요. 스트레스 받다가도 토요일이면 꽃 만지러 간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요. 꽃과 함께 있으니 저도 예뻐지는 것 같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에요.”(웃음)

고등학교 때 직업은 자아성취의 수단이라고 배웠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거짓 혹은 환상이다. 성취할 자아도 없고, 직장에서는 내 자아 따위 누구도 관심 없다. 김씨에게 꽃은 직업의 힘겨움과 고단함을 견디고 지속할 수 있는 상쾌한 빛이다. 그래서 그의 스마트폰 사진첩에는 ‘셀카’(셀프카메라)보다 꽃 사진이 훨씬 많다. 힘들 때마다 꺼내 보면 저절로 힘이 생긴다. 하지만 그도 아쉬움은 있다.

“누구도 꽃을 제게 주지 않아요. 남자친구가 프러포즈할 때도 꽃은 못 받았어요.” 반지, 꽃, 음악의 축으로 완성되는 프러포즈에 꽃을 빼다니. 꽃이 좋아 꽃으로 행복을 전달하며 매일을 사는데, 정작 누구에게도 꽃 선물을 받지 못한다는 아이러니. 인생은 이런 아이러니를 깨닫는 순간의 연속이라는 말은 진리였다. 그녀는 최근에 자신의 ‘꽃요일’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 토요일 휴무가 보장되는 <생방송 오늘저녁>(문화방송) 팀으로 일터를 옮겼다.

창업반을 수강하면서 창업 시점에 대한 고민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조만간 영국으로 유학 갈 계획도 세웠다. 취미가 직업이 되면 괴롭다고들 한다. 그래도 그것은 얼마나 달콤한 괴로움인가. 자신의 심장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꽃과 함께하는 김씨의 일상은 앞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인생은 짧다. 꽃을 사자.

이동섭(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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