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갖고 싶어요" 문재인 대통령 기념우표 인기 불티
[경향신문] 17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 앞 인도를 따라 긴 행렬이 섰다. 셔터를 올리지 않은 우체국 정문에는 신문지를 깔고 앉은 사람들이 진을 쳤다. 건물을 따라 늘어선 사람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스마트폰을 보거나 같이 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오전 9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판매를 기다리는 줄이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 총괄 우체국에서 문 대통령 우표 판매가 시작됐다. 판매 시작 1시간 전부터 70명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구성은 다양했다. 운동화를 신은 20대 여성부터 머리가 희끗한 노인까지 도착 순으로 줄을 섰다. 일찍 온 이들로 줄은 오전 4~5시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임혜린씨(22)는 친구와 함께 전날 자정 우체국 정문에 도착했다. 검은 백팩과 한쪽에 걸쳐둔 우산, 외투 위에 비옷을 걸쳐 입은 임씨는 “밤새 모기에 뜯기고 졸면서 기다렸다”며 “지난해 시작된 촛불집회에 한 번 빼고 전부 참석했다. 너무나 지지했던 대통령의 우표가 나왔으니 지지자로서 꼭 사야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우체국에 문의했지만 우표첩 재고가 10부밖에 없다고 해서 광화문으로 왔다”는 임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번호표 ‘100번’을 받은 직장인 심명보씨(35)도 1시간 외출을 끊고 대통령 우표를 사러 나왔다. 중학생 때까지 우표 수집을 했지만 이후엔 취미 생활을 접었다. 심씨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니까 우표첩이 꼭 갖고 싶다”고 했다. 이날 광화문 우체국에 있는 우표첩 재고가 90부에 그쳐, 심씨는 추가 물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예약증’을 받아 갔을 것으로 보인다.
우표 판매 시작 후 4분 뒤 우체국에 도착한 대학생 조훈희씨(23)는 대통령 우표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 예상치 못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합류한 조씨는 번호표 236번을 받았다. 조씨도 우표수집을 하지 않지만, “문 대통령의 우표가 꼭 갖고 싶었다”고 했다.
광화문 우체국에서 첫 번째로 대통령 우표를 산 임씨는 연신 “너무 행복합니다”를 반복했다. 두 번째로 우표를 산 한 시민은 취재진의 관심에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난리일까”라면서도 우표를 봉투에 넣으며 “행복하다”고 읊조렸다.
대통령 우표를 판매하는 광화문 우체국 9·10번 창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우표첩 예약증을 접수한 번호표 108번 직장인 ㄱ씨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음, 국정운영을 잘 했으면 하는 응원이 이런 열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며 부랴부랴 짐을 챙겨 회사로 복귀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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