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던 대면보고 267회..대통령에 "커피 저기 있어요"

2017. 8. 17. 08: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출근, 대면보고, 받아쓰기 없는 회의.

대통령 출근 전 비서진들은 아침 7시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 7시30분까지 팀별 회의를 하고 8시10분에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들이 현안점검회의를 한다.

문 대통령은 이후 9시10분 수석들과 '차담회'를 곁들여 회의를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는 일주일에 두차례(월·목) 열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100일]
참모들 뛰던 길은 대통령 출근길
받아적지 말라는 수석·보좌관회의
먼지 털어낸 상춘재 협치의 장으로
정문 앞길은 1인시위·관광객 발길

[한겨레]

출근, 대면보고, 받아쓰기 없는 회의.

지난 100일 동안 청와대에선 ‘평범하지만 낯선’ 장면들이 펼쳐졌다. 한때 참모들이 관저로 서류 들고 뛰던 길은, 이젠 대통령의 출근길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침 7시께 관저에서 현안 보고를 받고 8~9시 사이 여민관까지 이르는 0.6㎞를 걸어서 출근한다. 대통령 출근 전 비서진들은 아침 7시 전에 사무실에 도착해 7시30분까지 팀별 회의를 하고 8시10분에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들이 현안점검회의를 한다. 문 대통령은 이후 9시10분 수석들과 ‘차담회’를 곁들여 회의를 한다. 100일간 대통령 공식 대면보고가 이뤄진 횟수는 267회라고 한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는 일주일에 두차례(월·목) 열린다.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내 말을) 받아쓰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 ‘적자생존’(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잘 받아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이라는 말이 돌았던 지난 정부와의 차별점을 드러낸 것이다.

겉옷을 스스로 챙겨 입고 벗고, 커피를 손수 타서 마시고, 참모들과 스스럼없이 농담하는 대통령의 모습 역시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임명된 한 비서관은 처음 참석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의 ‘충격’을 이렇게 전했다. “대통령이 들어오는데, 수석들이 먼저 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서 눈 하나 깜짝 않고 ‘커피 저기 있어요’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라.”

특별한 손님을 맞는 용도로 쓰이는 한옥 상춘재도 오랜만에 묵은 먼지를 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1월1일 약식 기자간담회를 열어 억울함을 하소연할 때 빼곤 재임 기간 동안 한차례도 이곳을 이용하지 않았다. 반면 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당대표를 초청하거나 기업인들을 만날 때 상춘재 문을 열어 ‘협치의 상대방’을 예우하거나 정성을 표현하는 상징적 메시지를 던졌다.

청와대 앞길도 24시간 국민들에게 개방했다. 현재 청와대 앞 분수대 일대는 북촌이나 삼청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사드 반대’ 등을 외치는 다양한 1인시위가 만나는 흥미로운 장소다. 청와대 경호처는 올여름 폭염 경보·주의보가 지속되자 1인시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고 있다.

동물과 눈을 맞추는 대통령도 국민들에겐 신기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일정이 없는 주말엔 편안한 차림으로 관저에서 반려묘 찡찡이를 보살피고 반려견 마루, 토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청와대 관저에 입성한 것도 이번이 최초다. 문 대통령은 고양이·개의 사료값은 물론, 가족의 식비와 치약을 비롯한 일용품 소모비용 등 생활비를 특수활동비 대신 모두 대통령 봉급에서 처리한다. 문 대통령은 “그래도 주거비는 안 드니 감사하지 않냐”고 말했다.

대통령의 일정은 경호상 보안사항으로 비공개가 기본이지만, 바깥 행사 때나 휴가 중 시민들과 함께 찍은 대통령의 셀카는 에스엔에스(SNS)를 타고 확산되기 일쑤다. 지난 휴가 때도 문 대통령의 오대산 산행은 도중에 우연히 만난 시민들이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여민관 3층 집무실 창문을 열고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찍은 관람객의 동영상도 인기를 모았다. 문 대통령과 관련 있는 물건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니굿즈’ 열풍도 여전하다. 휴가 중 읽었다고 밝힌 책 <명견만리>는 일주일 전 대비 판매량이 21배 뛰었고, 이달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하는 문 대통령 기념우표를 사려는 사람들로 우체국 사이트 가입회원이 폭증하고 있다. 소통의 문이 열리면서, 취임 초기 ‘허니문’은 오히려 길어졌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참모진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걷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공식계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직접 커피를 들고 자리로 가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난 6월9일 청와대 직원식당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음식을 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상춘재에서 여야 당대표 등을 초청해 오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앞길은 6월26일부터 24시간 전면 개방되고 있다. 1968년 1·21 사태 이후 50년 만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2월 낮 시간에만 열렸던 경복궁 둘레길은 야간에는 통행 제한 및 차량 우회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청와대 제공
8월3일 문재인 대통령이 거북선 모형함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하다, 인근에서 여름 수영 훈련을 하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을 만나 찍은 ‘셀카’. 청와대 제공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 페이스북][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