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문제를 전면에..노무현과 다른 문재인의 적폐청산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입력 2017. 8. 17. 06:03 수정 2017. 8.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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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개혁 후방지원으로 일단 합격점..북핵‧원전‧부동산서 성과 보여야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습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 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한 말이다. 참여정부 내내 노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며 높은 이상이 현실정치라는 벽 앞에 좌절한 경험을 기억하는 문 대통령은 그의 말처럼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나라다운 나라' 만들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처럼 '적폐청산'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내걸면서도 권력기관 개혁 등 휘발성 높은 제도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던 참여정부와 달리, 민생 행보를 통한 높은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시스템 개혁을 후방 지원하는 형태로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 문 대통령, 민생이슈 이끌며 국정운영동력 확보

1호 업무지시였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 및 일자리 상황 점검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은 16일까지 모두 46개의 업무지시를 했는데,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휘발성 높은 이슈보다는 국민 다수의 공감하는 민생 이슈에 공을 들여왔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근본적‧종합적 대책 수립 ▲AI 종합대책 마련 ▲국가 재해재난 대응체계 마련 및 중대재난재해에 대한 청와대의 컨트롤타워 역할 확립 ▲살충제 달걀 범정부 종합 관리·전수조사 결과 전 국민 공개 등 민생을 국정운영의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청와대 제공)
전임 정부의 잘못된 국정운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감성정치'를 통해 향상된 '정치구력'도 뽐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면담을 진행하며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고, 16일에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청와대에서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정부를 대표해 고개를 숙였다.

이런 행보는 문 대통령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반사효과를 만드는 '기저효과'를 통해 지지율 고공행진에 기여하며 국정운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84%로 출발해 등락을 거듭하다 8‧2부동산 대책과 건강보험 보장 강화 등 친서민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달 둘째 주 78%를 기록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당선된 첫 번째 대통령으로 1년 차 2, 3분기에 83%를 기록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 국정원‧검찰‧군 등 권력기관 개혁은 후방지원

민생 챙기기에 팔을 걷어붙였던 문 대통령은 국가정보원과 검찰, 군 등 권력기관 개혁 등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서는 한 발 떨어져 후방 지원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국정원 개혁은 외부위원이 포함된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라는 별도기구를 꾸려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검찰에 대해서는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감찰지시, 군에는 이른바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 이후 '지휘관 갑질 전수조사'를 지시했을 뿐 청와대가 이들 권력기관 개혁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행보는 집권 초기 검찰개혁과 사학개혁, 국가보안법 폐지 등 굵직한 시스템 개혁에 몰두하느라 민생 이슈까지 빼앗겼던 참여정부의 전처를 밟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달변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초 '검사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검찰과 전면전을 선포했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을 진두지휘하며 우리사회 권력 개혁의 선봉장에 섰었다.

하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상처만 남겼다는 것이 참여정부 인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서 일했던 안 여권인사는 "개혁에는 강한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정교하게 접근했어야했는데 그때는 우리가 생각해도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며 "참여정부 5년의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는 실패하지 않도록 국정운영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 강약‧선후 조절로 국정운영 기반은 확보…진검승부가 남아

세월호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참여정부 때의 실패를 교훈삼은 노련한 국정운영으로 문 대통령이 내치(內治)에서는 일정 부분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이후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TK(대구‧경북)를 포함한 전 지역, 60대 이상까지 포함한 전 세대에서 과반수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런 국정운영이 계속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핵‧미사일과 원전, 부동산 등 집권 내내 노 전 대통령을 괴롭혔던 문제들은 아직 켜켜이 쌓여있는 상태다.

가장 곤혹스런 난제는 북한의 도발이다. '베를린 구상'을 통해 한반도 문제 운전대를 쥐려던 문 대통령의 밑그림이 헝크러 진지 오래다.

한겨레가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잘한 일을 묻는 질문에는 '적폐청산(9.2%)'과 '소통(7.5%)', '건강보험 보장 확대(6.5%)'가 꼽혔지만 잘못한 일로는 '안보(20%)'와 '인사(7.3%)'가 가장 많이 꼽혔다.

탈원전 문제도 간단치는 않다. 학계와 시민사회, 지역, 원전 노동자 등의 의견이 분분해 갈등 조정이 쉽지 않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현 정부조차 아직까지 정책 효과를 예단하기 어려워하는 난제다.

국민 과반수가 찬성하는 문제가 아니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적 갈등 사안을 문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하겠다"는 문 대통령 실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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