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실엔 '100년 한국 영화史'.. 상영관엔 '추억의 명화'

이해인 기자 입력 2017. 8. 17. 03: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곁의 박물관] [9] 서울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
'고종황제가 본 동영상'부터 最古영화 '청춘의 십자로'까지
필름 자료·시나리오 78만점.. '라붐' '중경삼림' 등 무료 상영

"경관에게 끌려가는 가엾은 영진이. 구슬픈 저녁 바람 산곡에 불어올 때 처량한 아리랑의…."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박물관 전시관에 들어서자 영화 아리랑의 해설 음반에 실렸던 변사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나운규가 각본, 감독, 배우까지 1인 3역을 맡았던 아리랑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10월 극장 단성사 상영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1930년대 조선 무성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원본 필름은 남은 것이 없지만, 해설 음반에 실린 변사의 목소리만으로도 당시 분위기가 실감나게 전달된다.

2008년 5월 개관한 한국영화박물관에선 한국 영화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곳은 영화 필름 2만3000여 점과 소품·시나리오 등 비필름 자료 76만8000여 점을 보유한 기록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달 말 한국영화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고래사냥’, ‘바보선언’ 등 1980년대 개봉 영화 포스터들을 살펴보는 모습. /이진한 기자

한국영화박물관은 2008년 5월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사옥 1층에 문을 열었다. 영화 관련 박물관으로는 서울에서 유일하다. 100년 한국 영화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엔 한국영상자료원이 40여 년간 수집한 영화 필름 자료 약 2만3000여 점과 영화 소품·시나리오 등 비필름 자료 76만8000여 점이 모여 있다. 개관 이후 66만명이 다녀갔다. 2015년 12월 리모델링하면서 534㎡ 규모 상설전시관과 139㎡ 기획전시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조선 아낙들이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활동사진이 보인다. 1901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여행가 버튼 홈스가 촬영해 고종황제 앞에서 선보였다고 알려진 것이다. 홈스의 활동사진은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최초의 영상 기록이다. 영화라고 볼 수 있는 첫 기록물은 1919년 김도산 극단의 연극 '의리적 구토(仇討·복수)'에 사용된 약 16분짜리 영상이다. 연극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야외 장면을 촬영해 연극 중간에 상영했는데, 현재 영상은 남아 있지 않다.

한국영화박물관에선 현재 필름이 전해진 한국 영화 중 가장 오래된 '청춘의 십자로(1934)'를 볼 수 있다. 정종화 선임연구원은 "유도선수 출신 배우로 당대 최고 스타였던 이원용과 영화 아리랑으로 인기를 끈 배우 신일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 우리 영화사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1938년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1회 영화제에서 무성영화 부문 6위를 차지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한국 영화의 역사는 1960년대 르네상스를 맞는다. '하녀(1960)', '오발탄(1961)', '만추(1966)' 등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 영화 시대가 열렸다. 1969년에는 전국 극장 영화관의 입장객 수가 1억7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TV의 보급과 엄격해진 검열 등으로 침체기를 겪었던 1970년대에도 '별들의 고향(1974)', '고교얄개(1977)' 등 청춘 영화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요즘 영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한국영화와 대중가요 그 100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음악영화인 '푸른 언덕(1948)'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가요 '신라의 달밤(1947)', '굳세어라 금순아(1953)' 등으로 유명한 가수 현인씨가 주연을 맡았던 작품으로, 30대 초반이었던 현씨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박물관 지하 321석, 150석 규모 상영관 두 곳에선 각종 영화 기획전이 열린다. 지난 8일 이곳에서 왕자웨이 감독의 '중경삼림(1994)'을 본 이수현(27)씨는 "추억의 홍콩 영화를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는 소피 마르소의 대표작 '라붐(1980)', 맥 라이언이 출연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등 1980년대 영화 13편도 상영된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