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핫 코너] "견인 하려면 해보시든가".. 외제車, 강남 주택가 대놓고 무단주차

이벌찬 기자 2017. 8.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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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차량 막고 며칠씩 방치도.. 주민들, 매일 구청에 4~5건 민원
"흠집나면 배보다 배꼽이 커" 견인차 기사들은 다들 꺼려
"당사자끼리 해결" 경찰은 팔짱

지난 8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역삼로의 5층짜리 오피스텔. 1층 주차장 한가운데 빨간색 '포르쉐' 자동차가 이중 주차돼 있었다. 그 뒤로 입주민 차량 3대가 꼼짝없이 갇혔다. '핸드 브레이크'가 걸린 포르쉐에는 차주 연락처가 없었다. 출근이 다급했던 입주민들이 견인차를 불렀다. 도착한 견인차 기사는 "2억원이 넘는 외제차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며 포기했다. 결국 주민 2명은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장거리 출장을 해야 했던 한 주민은 결근했다.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당사자끼리 해결하라"고 답했다. 사유지에 입주민이 아닌 외부인이 주차해도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포르쉐 차주인 20대 여성은 점심때쯤 나타났다. 주민들이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이 여성은 들은 체도 않았다. 이 오피스텔은 결국 200만원을 들여 주차 차단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 외부인의 외제차가 입주민의 차량을 가로막고 세워져 있다. /이벌찬 기자

서울 청담동·신사동·역삼동 등 번화가 이면도로의 오피스텔·빌라 주민들이 외제차들의 무단 주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밤에 외제차를 몰고 와선 차단기가 없는 오피스텔·빌라 주차장이나 좁은 골목 갓길에 세워두는 이가 많다.

지난 14일 새벽 5시쯤 서울 대치동의 한 이면도로 오피스텔 주차장. 입주민 차량에는 고유 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렇지 않은 외제차가 줄잡아 10여 대. 일부는 다른 차를 막고 이중 주차돼 있었다. 이 건물 경비원은 "외부인이 허락 없이 세운 것이다. 자기 차 아까운 줄만 알고, 다른 사람 생각은 조금도 안 한다"고 했다. 매일 서울 강남구청에 들어오는 무단 주차 민원 건수는 4~5건. 대부분 외제차다. 구청 관계자는 "며칠씩 방치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갓길 불법 주차도 문제다. 주민들은 "밤길이 어두워 택시를 타고 집앞까지 가고 싶은데 골목 곳곳에 외제차가 암초처럼 버티고 있어 그러질 못한다"고 호소했다. 가게 주인들은 아침에 와보면 외제차가 문을 막는 경우를 자주 본다. 국산차라면 견인 조치 하는데, 외제차는 그게 힘들다. 보통 외제차는 차체 높이가 낮아 지면에서 5㎝ 간격이 확보되지 않는다. 무게도 많이 나가 견인 장비에 싣기도, 고정시키기도 어렵다.

발레파킹(대리주차) 업체 직원들이 무단 주차를 하기도 한다. 발레파킹 업체 직원들은 1인당 평일 하루 80대, 주말 150대의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 업소의 지정 주차장이 가득 차도 손님을 계속 받는다. 인근 골목 주택의 주차장까지 넘보게 되는 것이다.

건물들은 차단기를 설치한다. 하지만 방문객인 척 들어와 무단 주차하는 얌체들이 있다. 이들 때문에 바퀴에 자물쇠를 채우는 장비를 구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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