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내 마음 알아주는 건 너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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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6일 수요일 흐림.
기타.
스무 살에 내 기타에 이름을 붙여두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은 상아색으로 바래버린 나의 첫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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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흐림. 기타. #259 Sampha ‘(No One Knows Me) Like the Piano’(2017년)
1집 ‘Process’를 낸 영국 솔 싱어송라이터 샘파. 강앤뮤직 제공 |
지금은 상아색으로 바래버린 나의 첫 기타. 그도 나도 새하얗던 시절 이야기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쓸쓸한 기분이 돼 어둡고 작은 내 방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그를 품에 안았다. 기타는 말이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는 이미 알아준 것 같았다.
‘루씰! 풀밭 같은 너의 소리는/때론 아픔으로/때론 평화의 강으로…’(한영애 ‘루씰’)
위대한 기타리스트는 위대한 기타와 동행했다. 비비 킹(1925∼2015)과 ‘루씰’도 그러했다. 루씰은 고작 30달러짜리 기타였다. 킹이 스물네 살 때 바에서 기타를 연주하는데, 손님 둘이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다 난방시설을 잘못 건드려 홀에 불길이 일었다. 킹은 그곳을 탈출했다가 기타를 두고 나온 게 생각나 다시 사지로 뛰어든다. 기타는 구했지만 모든 게 어리석게 생각됐다. 자신도, 루씰이란 여종업원을 사이에 두고 다툰 두 손님도. 킹은 이 이야기를 ‘Lucille’이란 곡에 담고 기타에 루씰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곡이 떠오른 건 영국 솔 싱어송라이터 샘파의 데뷔작에 실린 ‘(No One Knows Me) Like the Piano’ 때문이다. 샘파는 음악가의 꿈을 이루려 런던으로 떠났지만 모친의 발병 소식을 듣고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모친의 장례식장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음악은 때로 날 대신한다.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감정을 숨겨뒀어/근데 네가 날 붙잡더라/절대로 놔주지 않았지/그 피아노만큼 날 알아주는 이는 없으니까/어머니의 집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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