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를 꿈꾸며 창단"

문학수 선임기자 2017. 8. 1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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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명훈 기자회견

정명훈 지휘자가 16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창단 기자간담회에서 남북연합 오케스트라가 생긴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남북이 하나 되는 ‘코리아 오케스트라’가 생긴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매진하겠다.” 지휘자 정명훈(64)이 남북 연합 오케스트라에 대한 꿈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2012년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을 이끌고 프랑스 파리에서 연주했고, 자신이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에 북측 연주자들을 참여시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그는 2012년 6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남북 오케스트라’에 관한 발언은 5년 만에 그의 입에서 다시 흘러나왔다. 16일 서울 잠실의 롯데콘서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를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 지휘자 정명훈과 그의 한국 소속사인 (사)미라클오브뮤직은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롯데콘서트홀에서 18~19일 첫 연주회를 연다.

이 오케스트라는 국내 10여개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들, 베를린콘체르트하우스와 엘프 필하모닉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 등이 참여해 84명의 단원으로 이뤄졌다. 지휘자 정명훈을 중심으로 모인 일종의 프로젝트 악단이다.

이날 회견에서 정명훈은 모두 발언에서부터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갈라져 있느냐”면서 이번에 창단한 자신의 오케스트라가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남북 분단을) 더 느낄 수 있다. 음악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연결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북에도 두 번 갔었고, (그쪽의) 두 오케스트라와 연습도 했고, 거기서 확인도 받았다. 이북에 갔을 때도 그냥 이벤트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같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이북 오케스트라를 (프랑스) 파리까지 데려와 일주일을 같이 지냈다. 이 통일의 꿈을 계속 살려내야 한다. 우리가 하나가 되는 것을 정말 원하고, 더 가깝게 지내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풀타임 오케스트라가 아니기 때문에 오디션을 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에서 올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구성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롯데콘서트홀 측에서 개관 1주년 기념연주를 아시아 필하모닉의 이름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으나, 한국인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통일이 있으니까, 그런 뜻을 (악단의 이름으로) 내세우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벌어졌던 이야기들을) 누가 TV 시리즈로 만들면 재밌을 것이다. (그동안) 상상하기도 힘든 일들이 있었다. 어떻게 대한민국에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10년 (지휘)했고, 그동안 많이 발전했고, 나는 한번 돌아서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정명훈은 조성진에 대해 “(그가) 13살 때 연주를 처음 들었는데, 잘하더라. 내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협주곡을 가장 많이 했다.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시 서울시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음악은 도우미 없이는 운영할 수 없다. 그런데 후원은 뒤에서 하고, 음악은 음악가가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둬야 한다. (서울시향을 지휘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서울시향이 워낙 시에서 전체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거기서 한마음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듣기 싫었던 말이 ‘우리 아까운 세금을 쓴다’는 것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서울시향의) 수준을 더 올려야 하는데 목적이 같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 롯데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같은 뜻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잘될 거라고 본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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