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계란 판매 중단을 부른 ‘살충제 계란’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 남양주와 광주의 산란계 농장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된 데 이어 경기 양주와 강원 철원, 전남 나주, 충남 천안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 제품인 ‘신선 대란 홈플러스’와 ‘부자특란’에선 닭 진드기용 살충제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방역당국이 역추적한 결과 ‘신선 대란 홈플러스’는 천안 농장에서, ‘부자특란’은 나주 농장에서 출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은 6곳으로 늘었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장은 남양주 마리농장, 철원 지현농장 등 2곳이다. 비펜트린이 검출된 농장은 광주 우리농장, 양주 신선2농장, 천안 시온농장, 나주 정화농장 등 4곳이다. 방역당국은 17일까지 전국 모든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 농장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부산·대구교육청 등은 방역당국의 전수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급식에 계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방부도 당분간 장병 식단에 계란 요리를 넣지 않도록 했다. 정부는 기준치 초과 여부에 관계없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전량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방역당국의 안이한 대응과 농가의 경각심 부족이 부른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산란계 농가들이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방역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전국 산란계 농장의 4%만을 표본조사한 결과를 놓고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호언은 무책임의 극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축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비좁은 케이지에서 닭을 키우는 공장식 밀집사육은 닭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전염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핀란드에선 공장식 밀집사육을 법으로 금지하자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닭과 계란에 대한 이력추적제 도입도 필요하다. 그래야 상시적인 잔류농약 검사가 실시되고, 등급판정과 유통경로 추적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축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생산·유통단계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