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사방이 '반짝반짝' 보석박물관 여행

2017. 8.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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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익산보석박물관'
보석·화석 등 11만8000점 보유
미륵사지목탑 재현한 보석탑도
보석캐기·향초만들기 등 체험도 풍성

[한겨레]

익산 보석박물관을 찾은 모녀 탐방객이 ‘탄생석’ 코너의 보석들을 살펴보고 있다.

옥찜질방, 자수정사우나, 비취보석찜질사우나, 황금사우나, 보석궁전옥불가마찜질사우나…. 전국 어딜 가나 보석을 테마로 한 찜질방·사우나를 만날 수 있다. 요즘엔 보석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뷰티숍도 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은 몸에도 좋은 걸까. 일부 보석에선 원적외선 등이 방출돼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참에 보석과 원석들이 아주 무더기로 쌓여 있는 곳으로 들어가보자. 몸에 좋고 마음에도 이로운 ‘보석 여행’이다.

전북 익산에 국내 유일의 대규모 보석 전문 박물관 ‘익산 보석박물관’이 있다. 2002년 문 연, 보석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체험 공간이다. 보석·원석·화석 등을 11만8000여점이나 보유한 곳이다. 익산 지역 특화산업인 귀금속 가공산업과 왕궁리5층석탑·미륵사지석탑 등 백제 문화유적을 연계해 조성한 ‘왕궁 보석 테마관광지’ 안에 있다.

일부 보석이 몸에도 좋다지만, 보석박물관 탐방은 몸보다는 마음에 더 좋은 여정이 된다. 보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며, 보석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암석 틈에 끼인 보석 원석들과, 가공을 통해 다듬어진 영롱한 보석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대규모 보석·귀금속·장신구 판매시설인 ‘주얼 팰리스’, 시대별 화석들과 실물 크기의 공룡 뼈대 등을 전시한 ‘화석박물관’이 함께 있어 눈요깃거리도 풍성하다.

익산 보석박물관 전시실은 7개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보석은 45억년 지구의 내력을 품은 광물이다. 인류 탄생 이래, 인간의 손으로 하나둘 발굴되고 다듬어지며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온 특별한 광물이다. 중세까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분의 상징물로서 왕족·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유럽의 산업혁명 등을 거치며 경제적 가치로 전환돼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종교의식에 사용되기도 했는데, 점성가들은 보석에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다. 12개 별자리를 상징하는 보석을 이용해 점을 쳤고, 여기서 ‘열두달 탄생석’이 기원했다고 한다.

박물관은 보석의 사용 역사부터 생성·채굴·선광·절단·연마 과정을 거쳐 보석 장신구 완제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7개의 공간으로 동선이 짜여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달이 바꿔 진열하는 탄생석이다. 8월 탄생석인 감람석(페리도트) 원석의 투명한 녹차 빛깔이 눈부시다. 중세 유럽에서 종교 행사에 자주 사용됐던 보석으로 ‘부부의 행복·화합’을 뜻한다.

다양한 광물 원석들.

백제 금관, 장신구 등 한국과 세계의 보석 발달사를 살펴보면서 본격적인 보석 공부가 시작된다. 무수한 원석들과 진품 보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나같이 눈부시고 영롱한 빛깔과 형태의 광물 원석들인데, 특정 기준과 조건에 따라 가치를 달리 매긴다는 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쁘다고 다 보석으로 부르지는 않아요. 보석이 되려면 아름다움·희소성·내구성·전통성·휴대성, 이 다섯가지 요소를 갖춰야 합니다.”(김현아 해설사)

같은 수정류 보석인 자수정·황수정의 경우, 자수정이 투명도나 품질 면에서 우수한데도 황수정 값이 더 비싸다고 한다. 자수정은 산출량이 많지만 황수정은 적어 희소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석은 주로 암석의 지질학적 순환 과정에서, 높은 열과 압력 등을 받아 만들어진다. 지구상 광물 종류가 약 4000종인데 이 가운데 보석재는 100여종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천연 진주들.

김 해설사는 “일반적으로 보석은 다이아몬드·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 같은 ‘귀보석’(희귀보석)과 자수정·연옥·산호처럼 산출량이 많은 ‘준보석’으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상아나 산호 등은 최근 보석으로 편입된 것들이고, 요즘엔 암모나이트·규화목 같은 일부 화석들도 보석재로 쓰이는 추세라고 한다.

보석들이 모두 장신구로만 쓰이는 건 아니다. 단단한 다이아몬드는 굴착 장비나 정밀 가공·절삭 공구에 쓰이고, 수정·루비·사파이어 등은 의료 장비에 사용된다. 금은 휴대폰·컴퓨터·냉장고 등 전자제품에도 들어간다. 금광석 1t에서 평균 5g의 금이 산출되는데, 폐휴대폰 1t에선 340g의 금이 추출된다고 하니 폐휴대폰이 노다지인 셈이다.

보석은 건강에도 도움을 줄까? 김수정 보석박물관 학예사는 “자수정이나 전기석(투르말린)·옥 등 일부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모든 보석이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수정과 옥에선 인체에 좋은 파장이 발생하고, 전기석은 열을 가하면 전기를 띠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루비·사파이어·에메랄드…. 색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보석과 원석들을 지나, 해설사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보석 진열장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보석의 왕’은 역시 다이아몬드죠. 모든 자연석 가운데 가장 단단하고 가장 귀하고 눈부신 보석입니다.”

작은 크기의 다이아몬드여도 반짝임이 현란한 것은, 경도(단단한 정도)가 높아 여러 면으로 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를 다듬는 보편적인 방식이 ‘브릴리언트 커트’다. 58개 면(패싯)으로 표면을 깎아,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빛의 굴절률·분산율은 최대화하는 가공 기법으로, 18세기 이탈리아에서 개발됐다고 한다. 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캐내려면 평균 250만t의 암석을 파내야 한다니, 귀한 광물임엔 틀림없다.

213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들어간 ‘보석꽃’

눈길을 끄는 대형 전시물들도 있다. 미륵사지에 있었던 목탑을 크리스털·아크릴 등을 사용해 20분의 1 크기로 재현한 ‘보석탑’, 조선시대 임금의 용상 뒤쪽을 장식했던 ‘오봉산일월도’, 그리고 백수정·연옥·18금·다이아몬드 등을 사용해 만든 ‘보석꽃’ 등이다.

‘보석탑’의 각 층 처마 끝 풍경들과 맨 꼭대기 상륜부는 18금으로 만들었다. ‘오봉산일월도’에는 백옥·터키석·마노 등 20여종의 보석 원석이 사용됐다고 한다. 2641개의 작은 꽃송이들과 줄기·잎사귀로 이뤄진 작품 ‘보석꽃’에는 무려 213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쓰였다니 놀랍다. “재료비만 20억원에 이른다”는 인조꽃이다. 순금 7725g(2060돈)을 들여 만들었다는 높이 43㎝의 미륵사지석탑 축소 재현품도 있다.

보석박물관에서는 체험행사도 진행한다. 보석 캐기 체험, 보석 감정 체험(이상 20명 이상 단체), 보석향초 만들기, 목걸이·팔찌 만들기 등이다. 박물관 입구 관광안내소에 해설사 2~3명이 대기한다. 해설을 신청하면 보석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볼 수 있다.

익산/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gem

: 보석. 광물 중에서 희소성이 있으며, 아름다운 빛깔과 광택을 지녀 장식품으로 가공되는 광물. 젬스톤(gemstone)라고도 함. 산호, 진주 등은 생물이긴 하나 편의상 보석에 포함시킴. 최근 고가의 보석보다 가성비 높은 보석이 인기가 높음.

한국은 보석재가 많이 나오는 나라는 아니다. 국내에서 그나마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보석재는 옥과 수정이 대표적이다. 연옥 광산, 자수정 광산도 있다. 자수정을 생산하던 울산 언양의 광산은 생산성이 떨어져 문을 닫았지만, 춘천의 옥 광산에선 지금도 연옥을 생산하고 있다. 두 곳 모두 광산 갱도를 개방해 탐방객을 맞고 있어 여행길에 들러볼 만하다. 춘천 연옥광산 ‘옥산가’ 강원도 춘천시 동면 금옥길(월곡리). 연옥 채취 광산을 활용해 갱도 탐방시설(옥동굴 체험장), 옥찜질방·사우나, 판매장, 식당, 빵집, 미술관 등을 갖춘 ‘옥산가’가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연옥(백옥) ‘춘천옥’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한다. 생산된 연옥 원석의 90% 이상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장신구로 가공한다. 150m 길이의 옥동굴 체험장은 옥 광산 일부 갱도의 바닥과 벽면을 옥 원석으로 다시 채워 개방한 곳이다. 옥동굴 체험장은 대규모 옹기 전시관을 겸하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그릇·술병·항아리 등 수천점의 옹기가 동굴 안에 가득하다. 곳곳에 앉고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옥 원석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한 시설도 있고, 동굴 지하 옥벽에서 용출되는 ‘옥정수’ 시음 시설도 있다. 옛 갱도를 그대로 보존한 ‘체험갱도’ 끝에는 지하 300m에서 채광된 옥 원석이 운반돼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술관 ‘달아실’에도 들러볼 만하다. 한국 근대 조각의 거장 권진규의 조각 작품을 전시한 ‘권진규 미술관’과 크고 작은 로봇·피규어 들을 갖춘 전시실이 함께 있다. 다양한 클래식카들도 전시돼 있다. 정원에는 사막여우·미어캣 등을 볼 수 있는 작은 동물원도 마련돼 있다. 옥동굴 체험장 5000원, 옥찜질방·사우나 1만2000원.
춘천 연옥광산 갱도에서 ‘옥정수’를 마시는 탐방객.
춘천 연옥광산 갱도에서 ‘옥정수’를 마시는 탐방객.

울산 ‘언양 자수정 동굴나라’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자수정로(등억알프스리). 1990년대 중반까지 생산하던 자수정 광산을 이용해 조성한 휴양시설이다. 일제강점기에 고품질 자수정의 생산이 절정을 이뤘지만, 모두 일본으로 반출됐다고 한다. 2층으로 이뤄진 2.5㎞ 길이의 갱도에 색색의 조명시설을 설치하고 탐방객을 맞고 있다. 고무보트로 이동하는 동굴수로, 자수정 전시장, 풀장, 식당, 곤충·도자기 체험 시설, 놀이기구 등을 갖췄다.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섭씨 12~15도에 머물러 시원하다. 인기를 끄는 것이 고무보트 동굴수로 탐방이다. 수심 2m, 길이 500m의 물 고인 갱도를 따라 고무보트(10인승)를 타고 5~6분 정도 둘러볼 수 있다. 동굴 탐방길에 암벽에 박힌 자수정 원석(자수정 정동) 등도 관찰할 수 있다. 동굴에선 중국기예단 등의 공연도 벌어진다. 자수정동굴 탐험 7000원, 동굴수로 탐험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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