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푸는 정부.. 상품권으로 준다던 아동수당, 현금으로 지급

김일규 입력 2017. 8. 16. 18:25 수정 2017. 8. 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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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복지정책' 괜찮은가
선심성 정책 논란
"10만원 더 준다고 애 낳겠나..억대 연봉자도 받는 건 문제"
기초연금 당장 부담 적지만 고령화 빨라 5년 뒤엔 충격
국민연금·기초연금 지급 연계, 2018년 폐지하는 방안 검토
야당 "문재인 정부가 산타클로스냐"

[ 김일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아동수당(만 0~5세 1인당 월 10만원)을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정·청은 그러나 16일 협의회에서 아동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결정했다. 상품권 지급에서 ‘현금 살포’로 지급 원칙이 달라진 것이다. 모든 지역에 상품권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이왕 돈을 들일 거면 현금으로 주는 걸 국민이 더 좋아하지 않겠냐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10만원 더 주면 애 하나 더 낳겠나”

당·정·청은 내년 7월 아동수당(253만 명)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로 끝없이 떨어지는 출생아 수를 들었다. 올해 1~5월 출생아는 15만9600명으로 지난해 1~5월 18만2100명과 비교해 12.4% 줄었다. 이대로면 올해 출생아는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다. 정부는 아동수당으로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면 출생아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이미 100조원을 쏟았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참담하다. 이 때문에 아동수당 도입 근거부터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돈을 좀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아동수당이 출생아 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선심성 정책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 대선 땐 분명 아동수당을 5만원이나 10만원 인상하겠다는 공약이 등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동수당을 보호자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연봉이 수억원인 부모에게 줄 아동수당을 소득 하위 계층에 선별적으로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고령층 급속히 느는데 미래세대 부담은

정부가 내년 4월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월 25만원으로, 2021년 4월부터는 30만원으로 인상하더라도 5년 내 재정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미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이행을 위한 재원(178조원) 조달 규모에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5년 뒤다. 고령화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은 517만 명이지만, 10년 뒤인 2027년엔 81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금의 두 배가량 재정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당·정·청은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수급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기초연금 지급액을 깎는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제도’도 내년에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급격한 재정 부담 증가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다. 올해 기준 국민연금 수급액이 월 30만원 이하이면 기초연금 20만원을 모두 받지만, 국민연금 수급액이 월 30만원을 넘으면 기초연금이 단계적으로 최대 10만원까지 깎인다.

두 연금 간 연계 제도가 폐지되면 국민연금을 얼마나 받든 기초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에겐 좋은 일이지만 재정 부담은 급격히 늘어난다.

◆건보 적립금 고갈되면 보험료 급증 우려

정부가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건보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10조원을 쓰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조원은 남겨놓겠다’고 했지만 보장성 확대로 의료 수요가 폭증할 경우 남은 돈마저 갖다써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를 5년간 90만 명 늘리겠다는 방안에 대해선 ‘부정 수급’을 근절할 대책부터 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복지급여 부정수급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 건수는 2013년 8418건에서 2014년 8927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5년엔 1만3496건으로 증가했다.

한편 야권에서는 이날 재원대책이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날을 세웠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이 산타클로스라도 되는 양 민심을 현혹하는 갖가지 복지선물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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