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투자 규모보다 '연구 환경'부터 개선해야

2017. 8.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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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가 새로운 정책이나 큰 사업을 도입할 때, '투자액 규모' 자체를 업적으로 인식시킨다.

연구 과정, 특히 연구자에게 필수적인, 적절한 연구 환경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연구 자체보다, 연구비 확보 과정, 연구비 활용에 대한 경직성, 갈수록 세세해지는 연구비 관리, '하고 싶은' 연구보다 '단기간, 가시적 성과' 만들어내기 그리고 각종 규제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는 주변 환경에 신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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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과실연 명예대표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과실연 명예대표

그동안 정부가 새로운 정책이나 큰 사업을 도입할 때, '투자액 규모' 자체를 업적으로 인식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성과가 나오도록 할지에 대한 내용은 잘 안 보인다. 연구개발의 경우 '투자'를 했으니, 빨리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논리뿐이다. 연구 과정, 특히 연구자에게 필수적인, 적절한 연구 환경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연구 결과는 연구자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요즈음 교수와 연구원들은 많이 지쳐있다. 연구 자체보다, 연구비 확보 과정, 연구비 활용에 대한 경직성, 갈수록 세세해지는 연구비 관리, '하고 싶은' 연구보다 '단기간, 가시적 성과' 만들어내기 그리고 각종 규제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는 주변 환경에 신이 나지 않는다. 지표 중심의 '실적'에 대한 심리적 부담만 계속 무겁다.

새 정부는 '일자리', '4차산업혁명'에 집중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도 언론은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 아이템들이 정부의 규제로 다른 나라와 경쟁할 기회조차 만들기 어렵다는 답답한 현실을 보도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변화,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한국은 따라가기조차 어렵다는데 말이다.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는 세계 25위다.

예를 들어, 중국, 미국 등에서 드론(무인기) 스타트업이 규제가 거의 없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데, 우리는 여러 기관에 복잡하게 얽힌 승인 규정 때문에 시험 비행부터 자유롭지 못해 드론 개발이 불가능하다. 미국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고객의 데이터를 이용해 여러 큰 사업을 벌리는데, 우리는 20여개 법률에 걸려 계속 주춤거리고 있다. '21세기 석유'라는 '데이터'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의 각종 규제는 연구자의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사업은 일단 '불법'이다. 다른 나라는 누구나 자유롭게 신 사업할 수 있도록 하고, 문제된 부분만 골라 규제한다. 빅 데이터, 인공지능, 자율 주행차, 드론, 원격진료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개발, 사업화를 우리 스스로 여기저기에서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 안 된다고, 이것은 아니라고, 수없이 말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회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일까 두렵다. 여러 영역에서 '굴기'를 목표로 매우 빠르게 도약하는 중국 등과의 경쟁이 갈수록 버겁다. 저출산·고령화로 세입은 감소하고, 재정지출 수요는 날로 증가하기에, 지속적인 생산성, 성장동력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잘 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에 씁쓸해진다.

우선 국회, 감사원, 기재부를 비롯한 각종 규제 관련 기관, 부처가 모두 모여, 얽힌 부분들을 함께 풀어야 한다. '관리'가 아니라, '연구과정'에 초점을 두고, 개별 연구자 관점에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으로 새로운 활기를 이끌어내야 한다. 내 부서 업무 소관만 따지지 말고, 국익, 즉 나의 자녀 세대의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글로벌 시각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의 중요한 시대정신은 '협업'이다. 창의성, 생산성을 위해 정부와 연구자가 '줄탁동시'의 협업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 사회 문화적 환경에 따른 각종 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극히 일부 문제로, 99% 이상의 건강한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제한해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 연구자들도 스스로 연구력으로 국가를 책임지는 공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다른 '광복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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