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4차산업혁명, 기술 - 인간 공존하려면

2017. 8.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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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김태형 단국대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같은 양의 데이터라도 누군가는 웹툰을 보고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 5기가, 10기가 / 데이터는 그런 숫자가 아닙니다. / 좋아하는 것, 자주하는 것, 그런 것들이 데이터죠. / 그래서 우리는 고민합니다. / 데이터를 얼마나 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쓰는 지를… / 진짜 필요하고 원하는 것에 집중해서 즐길 수 있도록…'

얼마전 우연히 보게 된 모 통신사의 광고 카피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그래, 그렇지!'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가르치는 교수가 공학도들에게 생소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프로젝트 과정을 용감하게 시작했던 필자로서 수업 초기 "데이터 사이언스를 배우러 왔는데, 왜 우리가 디자인씽킹을 배워야 하느냐?"고 궁금해 하던 학생들에게 매번 들려주고자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언급된지 단 2년만에 정보통신(ICT)기반의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산업시대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데이터를 통한 '초연결시대'라는 개념을 이제 막 이해하나 싶더니 곧바로 '초지능정보시대'로 미래 사회의 개념을 단숨에 확장시켜 버렸고, 이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의 상호작용을 통한 확장을 뛰어넘어 O2O(online to offline)라는 이름으로 그 경제마저 소멸시켜 가고 있다. 이에 새로 들어선 정부에서도 대통령 주도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며 '과학과 기술의 혁신', '산업의 지능화' 등 스마트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발을 벗고 나섰다. 아직 관련 정책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인프라 구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하나, 나름 많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로봇, 자율주행차 등 한 때 영화의 한 장면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수많은 기술들이 우리의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왜 사고(Thinking)의 개념화와 설계(Design)에 주목해야 할까?

4차산업혁명은 '디지털 환경과 물리적 환경의 융합 속에서 인간의 경험, 체험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생활방식 또는 사회의 변화'를 기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타낸다. 따라서 그 변화 속 본질적 가치는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변화다. 이것은 앞서 광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순히 기술 자체에 대한 변화와 혁신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얻은 문제 혹은 사회에 새로운 요구와 필요를 간파해 그것을 기술과 잘 연결하고 실현시킴으로써 우리의 삶을 보다 새롭고 윤택하게 변화시키는 경험의 과정에 가장 큰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일례로 아마존의 경우, 아마존 닷컴의 인공지능을 통해 개인별 구매 사이클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추천, 주문, 배송해주고 에코와 같은 음성인식 기반의 스마트 홈서비스 기기와 음성 서비스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계산이 필요 없는 오프라인 마트인 아마존고(GO)를 통해 보다 간편한 구매 시스템 및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쇼핑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바꾸게 됐다. 얼마 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어떠한가. '불편함이 우리를 만들었다'며 서비스 첫날부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이제 시작이긴 하나, 금융과 모바일 서비스의 금융에 대한 경험과 가치를 '언제 어디서나 보다 쉽고 편리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4차산업혁명이라고 하는 디지털 혁명의 흐름 속에서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을 통해 재탄생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데우스'에서 지능적이고 도구를 활용하는 현명한 인간 '호모사이엔스'에서 기술을 통해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인간인 '호모데우스' 로 우리의 미래를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디지털 환경 속에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기술적 알고리즘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말한 아마존 또는 구글, 페이스북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무의식 속의 것들을 속속들이 끄집어내고 우리의 좋거나 불편한 감정들을 자연스레 읽어내듯이, 이미 다양한 경험이 온라인을 통해 기록되고 공유되며 세상의 거대한 데이터에 연결됨으로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되고 있다.

이에 본고 초기 언급했던 것처럼 '데이터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써,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실질적인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 작용하고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생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는 다양한 사람과 사회 속에서 맥락에 기반해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 안에서 우리의 세상 속에 보다 자연스레 녹아들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실제 기술력은 앞섰지만 패했던 당시 수많은 기업들을 반해 '인문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라는 애플의 아이패드를 다시한번 되새겨 보아야 한다. 그것은 인문적 관점으로 '컴퓨터는 눈에 띄지 않아야 하고 기술이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야 한다.'는 마크 와이저의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개념을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도구에 대한 본질적 의미로 재설계한 것이며, 기술적 관점으로는 터치 스크린 등 최신 기술 및 휴대용 컴퓨팅 디바이스를 바라보는 기술에 대한 본질적 개념과 의미를 재설계한 것으로 결국 이를 통해 전 세계를 설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고의 개념화와 재설계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기반으로 실제 삶과 연결된 변화를 통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 우는데 큰 힘을 발휘한다.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진 불확실한 시공간이다.

4차산업혁명의 이러한 변화는 그 어느 누구도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때에 따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수많은 개념들이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다. 이에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서는 그 변화의 근본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단순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등 단순히 여러 분야의 확장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바꿔주는 역할 즉, 인간의 생각을 개념화하고 재설계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만의 접목이 아닌, 인간중심의 개념화와 재설계 역량을 키우며 기술의 근본적인 가치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변화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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