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이 안에 있어" 25년 동안 외친 소년

중림로 새우젓 2017. 8. 16.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 맞힐 수 있을까?

뭐든지 잘 먹는다. 흑돈 도시락, 송이버섯밥, 꼬치구이에서부터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 뷔페에서도 자주 접시를 비울 만큼 위장이 튼튼하다. 해산물을 가장 선호한다. 멍게·성게·해물탕·연어를 좋아한다고 직접 말한 적이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초밥을 사달라고 뻔뻔하게 조르는 능청스러움도 지녔다.

유복한 환경은 아니지만, 딱히 가난하지도 않다. 아버지는 환율에 따라 회사 사정이 요동치는 수출업에 종사한다.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지만 불황일 땐 갑자기 보너스를 받지 못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집을 살 때 빌린 대출금과 언제나 빠듯한 생활비를 걱정한다. 공돈이나 일확천금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 덕분에 보물찾기 여행도 가본 경험이 있다. 물려받을 재산도, 돈 많은 친척도 없는 ‘흙수저’임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어머니가 주는 용돈으로 매달 버틴다. 누군가는 염려인지 비난인지 그를 두고 ‘이력서에 쓸 만한 게 아무것도 없겠다’고 말했다.

ⓒ이우일 그림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논다. 지각·조퇴·땡땡이는 일상이다. 한마디로 ‘마이웨이’다. 대학 입시 압박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인 고등학교 2학년 때에도 성적에는 별 관심이 없다. 또래들과는 딴판이다. 실은 2학년 올라올 때에도 낙제를 겨우 면했다. 국어·수학·역사 어느 시간이든 조금만 지루하다 싶으면 침으로 바다를 만들어 졸기 일쑤다. 이제 교사들도 어느 정도 두 손 두 발 들었다. “수업 때 대놓고 잠 좀 자지 마라”는 말은 꾸중이라기보다 부탁이다.

흔한 성적 부진아로만 보기에는 잔재주가 많다. 간단한 마술을 할 줄 안다. 마술의 원리를 알고 있는 만큼, 타인의 속임수 역시 재빨리 알아챈다. 여자애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훤히 수가 보이는 카드마술을 한 선배에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 실험 대상자와 입을 맞춘 상태에서 그럴싸한 연기를 보여주는 호텔 마술쇼에서도 마술사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는 재치로 관객들을 웃긴다.

오목도 잘 둔다. 바둑은 이겨본 적이 없다고 몸을 낮추더니 막상 바둑 명문고 학생과의 대결에서 이겨 모두를 놀라게 했다. 운동을 못해 체육시간에도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지만 탁구 하나만은 수준급으로 친다. 잡지식도 많다. 척 보기에 형태가 다른 물체라도 같은 성질이 있으면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토폴로지(topology) 개념을 안다. 나침반이나 지도가 없어도 낯선 곳에서 방위를 찾을 수 있다. 이어폰, 아크릴로 짠 스웨터를 가지고 불을 피울 줄 안다. 모스 부호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엉뚱하지만 세심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소년 탐정

평소에는 약간 나사 빠진 듯 만사태평, 엉큼한 이미지이지만 다 같이 힘을 합쳐 문제 상황을 벗어나고자 할 때 가장 앞장서서 활약한다. 어떤 것에 꽂히면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침착성이 없고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던 성적표에도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는 아이’라는 칭찬이 담겨 있었다.

출제자의 의도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기에 평소 성적은 엉망이지만, 전복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인기 소설가의 신작 단독 판권을 내걸고 진행하는 테스트에서도, 명문대 합격자를 대거 배출한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문턱 높은 입학시험에서도 순식간에 답을 맞힌다. 상식이나 개념에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발상한다. 정해진 답이 있다고 생각지 않고 직감에 따른다.

그뿐 아니다. 정의롭고 사명감이 투철하다. 첫인상이 별로지만 끝내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세심한 관찰력과 뛰어난 논리력으로 경찰도 쩔쩔맸던 사건을 수십 건 해결했다. 귀엽고 싹싹한 후배 사키와 유치원 때부터 함께한 둘도 없는 소꿉친구 미유키와 함께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의 유행어는 “수수께끼는 전부 풀렸어!” “범인은 이 안에 있어”다. 8월5일에 태어난 IQ 180의 천재 긴다이치 하지메. 한국명 김전일, 만화 <소년 탐정 김전일>의 주인공이다(1992년에 처음 연재되기 시작했다).

중림로 새우젓 (팀명) webmaster@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 [ 시사IN 구독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