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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에 계란 빼주세요"…'살충제 계란' 불안에 떠는 시민들

일부 국밥집 "수란 제공 않는다" 안내문 게시
어린이집 대체식단 고심…정부 진화에도 주부들 불안감 커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이원준 기자 | 2017-08-16 15:10 송고 | 2017-08-16 17:00 최종수정
1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코너에 계란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2017.8.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6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코너에 계란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2017.8.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어제까진 안 그랬는데..."

서울 성북구에서 콩나물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씨(55·여)는 손님을 맞을 때마다 수란 제공 여부를 묻는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전국에 확산되면서 반쯤 익힌 수란에 대한 손님들의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란을) 드셨는데 오늘 아침부터 수란을 안 드시더라고요. 안 먹는 분이 더 많아서 물어보고 드실 분한테만 수란을 제공하고 있어요."

손님들의 반응이 좋지 않자 이씨는 아예 식당 문 앞에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수란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써 붙였다.

토스트 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38)는 계란을 빼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에 계란 없이 토스트를 만드는 웃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이씨는 "친구와 함께 온 어떤 손님은 살충제 얘기를 하시더니 갑자기 토스트에 계란을 빼달라고 하더라"며 "매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오늘 출근시간대에도 계란 없이 토스트를 만들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틀째인 16일 서울 성북구 한 콩나물국밥 가게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안내 글귀가  붙어있다. © News1
살충제 계란 파동 이틀째인 16일 서울 성북구 한 콩나물국밥 가게에 '계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안내 글귀가  붙어있다. © News1

유럽에 이어 국내 일부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자 어린이집에서도 대체 식단을 마련하는 등 '먹거리 불신' 현상이 커지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3·여)는 살충제 계란 파동 여파로 아이들의 간식에도 계란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씨는 "아직까지 학부모들에게 관련 문의는 들어오지 않았다"면서도 "일부 농가에서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이라 계란은 아예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영애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은 "전국 각 지역 급식관리지원센터에 대체 식단 관련 공문을 보냈다"며 "부적합 판정이 나온 일부 농장 계란만 섭취 안 하면 될 것 같지만 아직 완벽하게 전수조사가 된 게 아니라 정부 발표를 지켜보며 대체식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살균제 계란 파동 이틀째인 16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계란은 생산과 유통과정이 거의 완벽하게 파악될 수 있어 AI 등 다른 문제보다는 훨씬 더 쉽게 통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늦어도 18일까지 문제가 있는 계란은 전부 폐기하고 나머지는 시중에 전량 유통될 수 있으니 하루 이틀만 감내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한차례 겪은 터라 주부들의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온 부정민씨(47·여)는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이 문제되고 있다고 해서 불안했는데 국내 계란에도 살충제가 쓰였다고 하니 더 불안하다"며 "계란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닭고기도 믿을수가 없다. 아이한테 전달될까해서 구입하기 꺼려진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주부 이연경씨(57·여)도 "계란이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인데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으면 어떻게 하냐"며 "문제가 없다고 완전히 결론나기 전까지는 계란을 사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들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대형마트들은 계란 진열대에 살충제 계란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란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서울 강북구와 서초구 대형마트 계란 진열대에는 안내문과 함께 계란 대신 냉면 등 다른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고있는 16일 강원 춘천시 호반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한 초등학생이 급식을 먹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김경석 인턴기자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고있는 16일 강원 춘천시 호반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한 초등학생이 급식을 먹고 있다. 2017.8.16/뉴스1 © News1 김경석 인턴기자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15일)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 잔류농약 검사 중 경기도 남양주시 농가에서 피프로닐(Fipronil) 살충제 성분이, 경기 광주시 B 산란계 농가에서는 또 다른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Bifenthrin)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

검출된 성분은 사람이 장기간 복용하거나 노출될 경우 구토와 설사, 어지럼증 등을 유발할 수 있고 노출량에 따라 간·신장 등 장기손상 가능성이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초과 검출된 농가는 5곳이고 기준치를 넘지 않았지만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까지 합하면 총 6곳이다. 정부는 기준치 이하 검출 계란도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hanant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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